국내 기초과학분야 급성장
연구소·대학 협력체계 중요
장기적 관점서 인재 키워야

하성도 기초과학연구원 부원장
하성도 기초과학연구원 부원장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 우주의 구성 물질,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을 탐구하는 `기초과학 연구`와 이를 통해 얻은 지식을 다음 세대에 전달하여 `교육`하는 일은 과학의 지평을 넓혀나가기 위한 불가분의 동력이다. 지식을 교육받고 성장한 학생들이 다시 지식의 지평을 넓히는 연구자로 활약하게 되는 교육과 연구가 함께 어우러지며 발전하는 모습을 우리는 과학 선진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많은 근대과학의 훌륭한 과학자는 우수한 연구자이면서 동시에 우수한 교육자들이다. 연구에 함께 참여하는 학생들이 효과적으로 교육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세계적 기초과학 연구소들이 대학을 중요한 협력 파트너로 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많은 연구소들이 유수 대학의 인근에 위치하며 연구시설과 장비를 공유한다. 또한 연구소의 연구원들은 대학교수를 겸직하며, 학생들을 연구과제에 참여시키고 논문을 지도한다. 연구와 교육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이러한 방식의 대표 사례가 독일 막스플랑크연구회다. 연구회 산하 80개 연구소들이 대학과 연계하여 학위과정을 운영하며, 독일 전국의 학생들이 연구소에서 연구한 성과로 학위를 받는다. 졸업한 학생들은 다시 연구소의 박사후연구원과 그룹리더 등으로 활동하며 연구책임자인 디렉터로 성장하기도 한다. 연구소가 유능한 인력의 연구 경력을 학생 시절부터 제공하는 셈이다.

이러한 선진국 사례와 달리, 우리는 연구소와 대학이 유기적 협력 없이 각기 연구사업과 인력양성을 운용하고 있으며, 정부 소관 부처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로 이원화되어 연구소와 대학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연구소에서는 젊고 유능한 학생들을 제공받기 어렵고, 대학에서는 연구비 부족 및 강의 부담으로 연구에 집중하기 어렵다. 연구와 교육이 분리되어 연구의 길에 들어서고자 하는 젊은 학생들의 미래를 불안하게 만들기도 한다. 연구소와 대학이 앞서 언급한 막스플랑크연구회처럼 연구자로서의 장기 성장 경로를 제시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연구소가 대학의 학생을 공유하며 지속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설립 초기부터 개방성을 추구하며 대학들과 협력하여, 특성화대학에는 캠퍼스연구단을 일반 대학에는 외부연구단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이 연구단들은 대학의 석학급 교수가 단장을 맡아 동료 교수, 박사후연구원, 학생들과 함께 연구를 수행한다. IBS에서는 이러한 연구단들이 최고의 환경을 갖추도록 충분한 연구비, 시설6장비 및 행정6기술인력을 지원한다. 이는 대학에서도 기초과학 역량을 키울 좋은 기회가 되므로 UNIST, 연세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은 IBS 연구단을 위해 학교 예산으로 최첨단 연구소 건물을 신축하여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KAIST와 POSTECH에는 정부 지원으로 현재 연구소 건물을 건축 중인데, 여기에 기존 캠퍼스연구단들이 모여 생명과학·화학(KAIST)과 물리6재료과학(POSTECH) 분야에 특화된 세계적 강소형 연구소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IBS 본원도 대학과의 연계를 강화하여, 교수와 학생들이 IBS의 첨단?대형 연구 인프라를 활용하고, IBS 연구진과 함께 우수성과를 내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막스플랑크연구회처럼 전국의 대학과 긴밀히 연계된 국가 기초과학연구소로 성장한다는 것이 IBS의 발전 비전이다.

연구와 교육의 시너지는 무한하다. 그간 우리 기초과학이 급성장하면서 세계 최상위권 연구자들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이 뛰어난 업적을 쌓으면서 후학들도 키우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과학은 긴 시간과의 싸움이다. 통계에 의하면 노벨상 수상자들은 최초 연구 아이디어에서 실제 수상까지 평균 31년이 걸린다고 한다. 커다란 잠재성을 가진 우수한 인재들이 학생 시절부터 연구소와 대학의 협력을 통해 잘 성장하여 위대한 업적을 이룰 수 있도록 장기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하성도 기초과학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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