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타 통과후 건수 폭증… 경찰, 내사 착수 공식화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의혹이 국민적 공분을 타고 세종으로 본격 남하하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을 목표로 막대한 재정을 들여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을 만들었지만, 천정부지로 치솟기만 하는 세종 땅값과 집값의 틈바구니에서 이번 LH 사태가 극도로 민감한 `상대적 박탈감`의 뇌관을 건드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세종 등 지방으로 투기 의혹 조사를 확대할 수 있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세종경찰이 내사 착수를 공식화하면서 세종은 혹독한 자기검열과 공개검증의 장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세종으로 전이된 투기 의혹은 현재 지역내 최대 토목사업 중 하나인 `세종 스마트국가산업단지`로 모아지고 있다. 2027년까지 세종 연서면 일원 277만㎡ 부지에 총사업비 1조 5000억 원을 투입해 소재·부품 사업의 거점을 조성한다는 게 핵심이다. LH세종특별본부가 사업시행자다. 세종시는 이 사업이 지역 자족기능을 강화하고 4차산업혁명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며 국가산단 지정에 공을 들였다. 2018년 8월 31일 국토부 산업입지정책심의위원회 문턱을 넘어 국가산단으로 선정됐다.

이때를 기준으로 국토부 지정 발표가 나기 수개월 전부터 세종지역의 토지거래가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10일 한국부동산원의 부동산 거래현황 통계를 보면 2018년 5월 3930건에서 6월 7249건으로 크게 늘었다. 국토부 발표를 불과 두 달 앞두고 토지거래가 무려 3319건(84.5%↑)이나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토지거래건수가 증가한 지역은 소폭에 지나지 않는 전북(1만 2424→1만 2590건)을 제외하면 세종이 유일하다. 세종의 대규모 개발 호재를 미리 알고 토지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다.

스마트국가산단을 둘러싼 또 다른 낭보는 2020년 9월 11일 예비타당성조사 통과였다. 당시 이춘희 세종시장은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 결과 비용대비편익(B/C)이 1.76으로 높게 나타나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때도 세종지역 토지거래는 판박이처럼 요동친다. 세종시의 예타 통과 발표 두 달 전인 7월 토지거래 건수는 1만 312건으로 전달(2783건)에 견줘 270.5%(7529건↑) 폭증했다. 국가재정법상 예비타당성조사는 총사업비가 500억 원 이상, 국가재정 지원규모가 300억 원 이상인 신규사업을 대상으로 하는데 절차가 까다롭고 장기간이 소요된다. 전국적으로 예타의 벽을 넘지 못해 발목이 묶여 있는 지자체들의 사업이 즐비한 건 이 때문이다. 스마트국가산단 조성을 위한 예타 통과가 단순한 국가산단 지정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의 대형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세종시에 스마트국가산단의 2018년 3-9월 건축허가 및 소유권 관련 자료를 `요청`했던 세종경찰청은 이날 `내사`로 전격 전환했다. LH 의혹 전반을 수사 중인 경찰이 지난 9일 경남 진주 LH 본사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착수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종경찰 역시 스마트국가산단 투기 의혹 정황을 확인하는대로 정식수사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종경찰청 관계자는 "연서면 국가산업단지 조성 투기 의혹에 대해 사실 확인을 하던 중 실체를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어 내사로 전환해 조사하고 있다"며 "내사의 특성상 현 시점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해 줄 수는 없다"고 밝혔다. 문승현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