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갑자기 궁금한 점이 문득 떠오른다. 왜 같은 코로나에 걸렸는데 어떤 사람은 증상이 없거나 혹은 가벼운 증상만 보이고, 왜 또 어떤 사람은 심하게 아프거나 혹은 사망까지 하는 걸까? 아마도 정확한 이유를 아는 사람은 현재 과학이나 의학의 수준에서는 없다고 단언한다. 하지만, 희망적인 것도 있다. 언젠가는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에 걸렸을 때 개인별로 어떠한 증상을 보일지 미리 알고 대처할 수 있는 미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 가능한 미래의 핵심 분야가 정밀의료이다.
정밀의료란 용어는 일반인에게 생소하지만, 의료계나 학계에서는 이미 많이 사용되는 용어이다. 오바마 전 미대통령이 2015년 새해연설에서 앞으로의 시대는 정밀의료의 시대 (정밀의학 이니셔티브)라고 선언하며 대중적으로 유명해졌다. 영어로는 precision medicine하고 하며 정의하자면 한 개인의 혈압, 혈당 등 병원에서 얻는 임상 정보를 바탕으로 유전자 정보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는 오믹스(omics) 정보를 더하고, 미세먼지 등의 생활환경 데이터를 비롯해 음식, 운동 등의 생활습관 정보까지 통합 분석하여 그 사람만을 위한 최적의 개인 맞춤형 의료를 제공하는 차세대 의료분야를 말한다. 쉽게 말하면, 머지않은 미래에는 누구나 마법처럼 외워왔던 `두통엔 게보린` 시대가 아닌, 두통엔 민식이는 A 두통약, 강호는 B 두통약 등 사람마다 수백 가지 두통약 중에서 가장 잘 맞는 최적의 약을 알려준다. 정밀의료에는 모든 데이터가 통합되어 합쳐지다 보니 빅데이터 분석이 필수적이고 이를 위해 인공지능(AI)이 사용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정밀의료를 위해 진단 및 치료용 의료기기, 유전체 분석, 조직 재생 등 여러 학문이 통합되어 발전하게 될 것이고 앞으로의 의료는 정밀의료 시대가 될 것이라고 단언해도 과장은 아닐 듯하다.
며칠 전 천안시가 정밀의료의 중요성을 일찍이 깨닫고 정밀의료 스타트업을 위한 그린 스타트업 타운 조성하겠다는 기사를 보고 정밀의료 전문가의 한 사람으로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 또한, 의료 및 스마트 헬스케어 분야 특성화 대학인 순천향대학교가 천안시와 정밀의료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정밀의료 관련 기술 개발을 비롯해 기업으로의 기술이전, 그리고 전문인력 양성까지 천안시와 협업을 하기로 했다고 하니 막연한 계획이 아닌 현실에 한 발자국 다가간 느낌이다. 정밀의료는 의료의 범주이다 보니 지금까지는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연구에 집중되다보니 아직 제대로 된 산업으로 발전하지는 못하였다. 이제는 천안시와 순천향대학교가 정밀의료 스타트업 타운을 중심으로 정밀의료 산업 클러스터 핵심이 되어 정밀의료 산업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천안시는 서울까지 KTX로 30분 거리에 위치하여 수도권과 교통연결성이 좋고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땅값에 산업단지 구축이 용이한 장점도 있지만, 지역 내에 순천향대병원과 단국대병원 등 대형병원이 위치하여 정밀의료 산업으로는 최적의 장소이기도 하다. 앞으로 천안시의 노력이 빛을 발해서 정밀의료시대를 이끌어가는 정밀의료 선도 도시가 되기를 희망한다.
순천향대학교 류성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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