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출범 9년째를 맞으면서 인구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세종으로 들어오는 인구와 세종을 떠나는 인구 격차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세종의 전출 인구는 지난해 처음으로 3만 명을 넘어섰고, 전입 인구는 4만 명 대로 떨어졌다. 이러다가는 2030년 기준 세종시의 신도심인 행복도시 50만 명, 주변 읍면지역 30만 명을 포함한 총 계획인구 80만 명 달성이 어렵다. 세종시는 가파르던 인구 증가세에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인구 대책에 골몰하고 있는 듯하다.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청년 일자리 지원, 대학 유치 등으로 돌파구를 찾으려 하지만 당장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다만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 등을 고려할 때 완만한 인구 증가는 예상된다.

세종의 인구는 그동안 대전과 충남북의 인구 유입을 바탕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세종시는 이로 인해 주변 도시의 인구를 빨아들이는 `인구 블랙홀` 오명을 쓰고 있다. 당초 수도권 일극체제를 허물고 국토균형발전을 이루자는 차원에서 출범했는데 예상치 못한 결과물이 나온 것이다. 인근의 공주시는 세종시로의 인구유출과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자연감소로 인구 10만 명이 위협받고 있다. 대전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2012년 세종시 출범 이후 10만여 명이 빠져나가 150만 명을 넘던 인구는 작년 말 146만 명 대로 감소했다. 충청권 대표 도시인 대전은 자칫 호남권 대표 도시 광주에 인구가 역전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세종시 인구 문제는 주변 도시의 상황을 고려할 때 동전의 양면과 같다. 세종시 인구가 폭증하면 대전, 청주, 공주 등 인근 도시의 인구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 측면에서 세종시민들의 탈출 러시는 대전을 비롯한 인근 도시로의 유턴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세종시와 인근 도시들은 더 이상 상극의 관계가 아니라 상생의 관계라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충청권 4개 시도지사들은 이미 충청권 광역철도망 구축을 위해 손을 잡았고, 이를 통해 충청권 메가시티를 만들자는 구상을 갖고 있다. 어차피 세종시 하나만으로 수도권에 대응할 수 없다. 세종을 중심으로 인근 도시들이 메가시티를 이뤄야만 수도권 집중에 맞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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