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예정지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하면서 지역 각급 기관들도 바싹 몸을 낮추고 있다. 정부가 이번 의혹을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로 규정하고 정부합동조사단 조사와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의 수사까지 예고함에 따라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대전지역 최대 규모의 공기업인 대전도시공사는 최근 토지거래 비리관계로 인한 내부 징계사례가 있었는지 들여다본 결과 1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8일 밝혔다. 공사 관계자는 "한 국회의원실에서 공사 임직원들의 토지거래 관련 징계 사실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내부에 남아 있는 징계자료를 모두 훑어본 결과로는 해당사항이 없었다"고 말했다.

대전도시공사는 택지개발과 주택건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는 지방공기업이라는 점에서 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도시공사 관계자는 "아직까지 관계기관으로부터 자료제출 요청 등으로 연락받지는 않았지만 이번 사태 추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2012년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출범한 세종시 역시 촉각을 곤두세운 채 LH 임직원 투기 의혹과 관련해 자체 조사 여부와 대상 등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세종은 정부가 인구 50만의 자족도시 완성을 목표로 22조 5000억 원(정부 8조 5000억 원·LH 14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사업비를 투입해 만든 도시다. 세종시 관계자는 "LH 의혹과 관련 시 자체적으로 조사를 해봐야 하는 것인지를 두고 논의가 진행 중인 것은 맞다"면서도 "현재까지 확정된 내용이 없어서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다"고 극도로 말을 아꼈다. 앞서 정의당 세종시당은 지난 4일 논평을 내 "정부는 3기 신도시뿐 아니라 주요 부동산 개발 대상지로 조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며 "세종시 도시개발은 부동산 투기행위에 매우 적합한 것이므로 세종지역을 대상으로 관련 선출직 공직자와 직무관련성이 높은 중앙·지방 공무원들에 대해서도 전수조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시당은 또 `공직자 부동산 투기 공익제보센터`를 개설하고 주민 제보를 받는 한편 세종 전체 개발 예정지와 아파트 상가 등을 대상으로 공직자 부동산 투기행위에 대한 주민 탐문을 병행하기로 했다. 동료 직원들의 투기 의혹으로 조사를 받게 된 LH지역본부는 어수선한 가운데 침통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 지역본부의 관계자는 "정부합동조사단이 본부 전직원의 개인정보제공동의서를 요청해 취합·제출했다"며 "공사 직원들이 순환근무를 하다 보니 우리 본부에도 땅을 사들인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함께 조사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 다들 심란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모든 직원들이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외부 점심식사는 물론 저녁자리도 하지 않으며 서둘러 귀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문승현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