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의 사퇴를 계기로 정치권에서 충청대망론이 다시 불붙고 있다. 그는 엄밀히 말해 서울 출신이지만 부친의 고향이 공주인 연유로 충청대망론에 이름을 올렸다.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 빅 3으로 부상하다 보니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충청대망론의 대표 주자가 됐다. 윤석열 충청대망론 배경에는 정권의 심장부에 칼끝을 겨눴다가 결국 쫓겨나게 됐다는 `동정론`이 자리하고 있다. 과거 집권 여당 총재이던 JP가 당내 주류세력에 의해 축출돼 자민련을 창당했을 때의 분위기와 묘하게 오버랩된다. 당시 `충청도 핫바지`론이 터져 나오면서 자민련은 한동안 선거 돌풍을 이어갔다.

여권에서는 양승조 충남지사가 충청대망론의 대표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대선 출마를 위해 맘을 굳혔고, 당내 경선을 위한 출마 선언만 남았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4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당내 요직을 두루 거쳤으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까지 지내 경력면에서 여느 대권 후보에 비해 모자람이 없다. 정치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중요한 고비마다 `충남의 자존심`을 들고 나와 정면 돌파했다. 100만 충남도민 서명운동과 함께 충남혁신도시 지정을 이뤄냈으며, 충남도청 공무원들조차도 힘들다고 했던 보령화력 1·2호기 조기 폐쇄를 마무리 지었다.

충청대망론은 충청권 정치인이 대통령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지역민들의 기대와 희망으로 볼 수 있다. 과거 수십 년 간 충청대망론은 수면 위로 올랐다가 허망하게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대선을 불과 1년 앞둔 시점에서 윤 전 총장과 양 지사의 충청대망론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요즘 지역민들 사이에 충청대망론에 대한 공감대가 점점 넓어지고 있고, 이는 `충청소외론`이나 `충청홀대론`과도 연결고리가 있다. 지역민들은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부산·울산·경남(부울경) 퍼주기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정부 여당은 수십조 원이 들어가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만 올인하고, 충청권광역철도망·서해 KTX·서산민항 건설에는 뒷전이다. 이런 분위기와 맞물려 점점 커지고 있는 충청대망론을 단순한 지역이기주의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정부여당의 충청도 홀대가 변하지 않는 한 충청대망론은 더 큰 힘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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