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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칼럼] 새로운 출발

2021-03-07 기사
편집 2021-03-07 12: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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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이선미 대전을지대병원 인공신장실 간호사

3월 11일은 세계 콩팥의 날이다. 2006년 세계신장학회는 국제신장재단연맹과 함께 콩팥 기능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매년 3월 두 번째 목요일을 콩팥의 날로 지정했다. 전 세계의 약 5억 명이 만성 콩팥질환을 앓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성인 9명당 1명이 만성콩팥질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콩팥은 주먹만 한 크기로 허리 위 등 쪽 좌우에 한 개씩 있다. 혈액 속의 노폐물을 걸러내고 피를 만드는 역할뿐만 아니라 몸속 수분과 전해질 및 혈압, 호르몬을 조절한다.

얼마 전 인공신장실에 말기콩팥병 50대 남성 환자가 왔다. 인공신장실은 콩팥 기능을 대신하는 방법인 혈액투석과 복막투석 그리고 신장이식 등 3가지 치료 중 투석을 하는 곳이다. '말기'라는 단어가 주는 뉘앙스 때문일까, 콩팥 잔여 기능이 말기이지 자신의 생이 끝이라는 건 아닌데도 환자는 시종일관 인생이 끝난 것 같은 모습과 투석에 대한 불안한 기색을 보였다.

이러한 모습은 비단 이 환자에게서만 보이는 것이 아니다. 거의 대부분 투석환자들의 초기 반응이다. 투석생활 일 년이 훌쩍 지나 적응기에 접어든 환자도 가끔씩 이런 모습을 보인다. 자신의 생과 사의 경계를 표현하며 신세타령을 하기도 한다. 무엇이 환자를 불안하게 하는가.

현재를 생각해보자. 투석의료의 발달로 삶은 분명 연장됐다. 투석에 대한 의료보험의 확대로 치료도 일반화됐다. 궁극적으로는 투석을 할 수 있으니, 새로운 삶을 얻은 것이다. 부디 투석받기 이전의 추억에 집착하며 고통스러운 상념 속에 현재를 허비해 비현실적인 미래를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 이미 만성콩팥병을 진단받았을 때 콩팥은 건강한 생활에 대한 경고를 했다. 콩팥 기능의 5단계 중 1·2단계인 정상 기능일 때는 예방과 관리를 위해 생활을 하면 된다. 3·4단계 만성 콩팥병일 때는 약물 복용과 함께 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관리를 해야 한다. 5단계에 접어들면 신장 대체요법을 하며 관리하면 되는 것이다. 이뿐이다. 삶이 질병에 온통 사로잡히지 않아야 한다.

현대 심리학의 시조인 구성주의에서는 현재 자신의 상황은 외부의 조건과 자아의 상호작용을 통해 드러난다고 했다. 동일한 외부조건이라도 자신의 경험을 어떻게 해석하는지가 중요하다. 한 손바닥으로는 박수를 칠 수 없듯이 현재 처한 내 모습을 투석하는 사실만으로 삶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말자. 그러니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부정적인 생각을 사실로 받아들이지 말자.

세계 콩팥의 날이 왜 3월의 봄인지 짐작해본다. 비 온 뒤에 땅이 더 단단해지고 겨울 속에서 이미 봄이 움튼다. 이 봄을 빼앗길 수는 없다.

이선미 대전을지대병원 인공신장실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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