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법률사무소 나래 변호사
박상준 법률사무소 나래 변호사
3월이다. 많은 사람들이 매년 이맘때 새로운 시작을 한다. 입시에서 벗어나 꿈 많은 대학생활을 하거나 학교를 떠나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도 한다. 역수(曆數)로는 1월이 새해의 시작이지만, 일상의 새로운 변화는 실제로 3월에 시작하는 셈이다. 새로운 시작은 설렘과 함께 필연적으로 두려움과 불안감을 동반한다. 새롭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낯설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낯선 환경과 사람들 사이에서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필자 역시 처음으로 집을 떠나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시작할 때 설렘과 함께 두려움을 동시에 느꼈었고 때로는 사소한 일마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처음으로 법학서적을 보았을 때 느꼈던 그 좌절감 역시 잊을 수 없다. 요즘은 법학서적이 한글 표기를 위주로 하고 정확한 뜻을 전달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한자를 병기하는 방식이 당연하지만, 필자가 대학에 입학해 처음 법전과 법학서적을 접했을 때는 조금 과장해 한자로 바꿀 수 없는 부분을 빼고는 전부 한자였다. 책을 읽고 그 뜻을 이해하는 것보다 우선 읽는 것 자체가 곤혹이었다. 어설픈 한자 실력으로 `간주(看做)하다`를 `간고하다`고 읽거나, `교사(敎唆)`범을 `교준범`으로 읽은 사람도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어 필자도 실수하지 않기 위해 옥편을 옆에 두고 부수와 획수를 확인하면서 단어 하나하나를 확인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었다. 생활이나 학업이나 모두 어색하고 힘든 시기였다. 이러한 낯선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은 각 개인의 성격이나 기질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자존감이 높고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일수록 실수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타인에게 자신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주는 것을 무척 경계하며 움츠려있는 경우가 많다. 실수는 어떠한 과정이 진행되는 단계에서 발생하는데, 과정 자체를 시작하지 않으면 실수를 할 상황이 생기지 않게 되고 실수를 하지 않았기에 우선은 자존감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작위의 연속은 발전 없는 현상태의 정체가 되고 결국은 낙오하게 돼 자존감도 사라져 버린다. 자존감을 지키려다 자존감을 잃게 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대학생이었던 필자처럼 말이다. 처음 접하는 일을 하면서 실수를 하거나 모르는 것은 그다지 흠이 되지 않고 오히려 당연한 현상이다.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은 없고 누구나 실수를 한다는 단순한 진실을 깨닫게 되면 관계의 단절로 자기만의 감옥에 갇혀 고립되고 부적응 하는 상황은 상당수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스스로 이러한 깨달음을 얻기까지는 매우 오랜 시일이 필요하다. 필자 역시 과거의 나를 반성하고 만약 `그때 이렇게 했으면 어땠을까`라고 되짚어보는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고 나서야 이 단순한 사실을 깨닫게 됐으니 말이다. 간혹 새로운 시작을 하는 사람들이 필자에게 앞으로 잘해 나가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는지 조언을 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필자는 그때마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마라.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은 없고 너의 무지와 실수는 당연히 예상된 것이다. 일단 부딪히고 모르면 물어보고 적극적으로 대처해 같은 잘못을 두 번 하지 않도록 노력해라, 그러면 된다`고 조언하곤 한다. 내가 알지 못하지만 혹시 물어본다면 들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질문한 나를 바보 같다고 생각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주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무익한 질문은 없다. 만약 질문에 대한 답을 얻는다면 나에게 도움이 된 것이고 만약 그 역시 몰라서 답을 해줄 수 없다면 나의 무지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으므로 괜히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었다고 자기위안을 삼을 수 있다. 결국 모르는 것을 물어보는 것은 그 답을 얻거나 못 얻거나 무조건 이득인 것이다. 통상적인 경우라면 이러한 시행착오를 거쳐 경험과 지식이 쌓이게 되고 자존감도 유지할 수 있다. 진정한 용기는 두려움에서 나오는 것이다. 모든 것이 낯설고 힘겹더라도 움츠리지 말고 가슴을 펴라. 박상준 법률사무소 나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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