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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 강남1970

2021-03-08 기사
편집 2021-03-08 07:14:30
 차진영 기자
 naepo4118@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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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인줄 알았는데 사실이고, 영화인줄 알았는데 현실이더라"

요즘 자주 나누는 대화 중 하나다. 2013년 영화 '감기'는 전 세계를 팬데믹으로 몰아넣은 코로나19를 예견한 듯 한 줄거리로 충격을 줬다.

영화 '더 킹'이나 '내부자들'도 권력과 검찰을 소재로 시나리오를 작성했지만 작금의 행태를 보다 보면 영화인지 현실인지 헷갈릴 정도다.

LH직원들의 신도시 투기의혹은 영화 '강남1970'을 소환했다.

한국주택토지공사(LH) 임직원 10여명이 광명·시흥지구 3기 신도시 지정 발표 전 약 100억원에 달하는 사전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장 김태근 변호사는 "이 사건 제보 내용을 확인하며 '강남 1970'이란 영화가 떠올랐다. 마치 공사 직원을 상대로 신도시 토지보상 시범사업을 하는 착각을 일으킬 만한 정도다"고 말했다. 의혹이 불거진 후 확인한 필지에는 묘목이 빼곡히 심어졌다. 배추밭을 갈아엎고 심은 왕버들나무는 토지보상전문가도 생소한 나무다. 토지보상비보다 나무관련 보상이 더 클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토지구매를 위해 거액의 대출은 물론 이용가치가 크게 떨어지는 '맹지'도 사들였다. 개발을 확신하지 않으면 좀처럼 하기 힘든 전문가의 솜씨다.

LH직원 뿐만이 아니다. LH직원들의 경기도 광명·시흥 신도시 사전 투기 의혹이 제기된 후 여러 지역에서 정치인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토지 매입을 해왔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민변 서성민 변호사는 "제보자들이 일반인이 모를 수밖에 없는 투기 구조라든가 수법 같은 것까지 알려주고 있다"며 "일단 정보를 취합해 축적하면서 정부의 전수조사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국민적 공분이 거세지자, 4월 재보궐선거를 한달 앞둔 정치권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여당에서는 사과와 진상조사를 거듭 강조하고, 야당은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와 검찰 수사를 주장하고 있다. 영화 강남1970 결말을 보면 강남땅을 투기했던 권력자는 '부'를 얻는데 성공했다. 이번 투기의혹 사건은 영화와 다른 결말을 낳을 수 있을까. 차진영 지방부 당진주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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