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회 소속 농협은행 지점 진출 시 단위조합 지점 위치 등 고려
세종 반곡점 등 빈 상가에 중앙회 지점만 덩그러니… 고객 접근성 떨어져

농협중앙회-단위농협 갈등[그래픽=게티이미지뱅크·대전일보DB]
농협중앙회-단위농협 갈등[그래픽=게티이미지뱅크·대전일보DB]
농협중앙회 자회사인 NH농협은행과 단위농협이 영업구역을 놓고 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농협은행이 신규 점포를 개설하려면 지역내 기존 단위농협의 사실상 `허락`이 필요하지만 단위농협은 영업구역과 고객을 뺏길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단위농협 점포와 거리가 떨어진 엉뚱한 자리에 농협은행 새 점포가 들어서거나 일반 고객을 상대하는 소매금융보다 이용률이 적은 기업금융 전문점포로 개설되는 건 이 때문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과 단위농협은 같은 뿌리를 갖고 있지만 엄연히 별개의 법인으로 분리운영되고 있다. 지근거리에 농협은행과 단위농협이 위치할 경우 비슷한 간판을 건 두 은행의 묘한 경쟁 구도가 그려지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내규상 농협은행과 단위농협이 위치할 수 있는 거리는 400m로 제한돼 있다. 이 거리만 지키면 농협은행과 단위농협 모두 새 점포를 개설할 수 있지만 주도권은 통상 자리를 `선점`하기 쉬운 단위농협에 있다. 농협은행은 상권에 따른 예상수익 규모 등을 따져본 뒤 위치하기 때문에 비교적 입점에 오랜 시일이 걸리는 반면 단위농협은 개발예정지나 빈 영업구역에 곧바로 들어선다. 일각에서는 단위농협 조합장이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영향을 미쳐 농협은행이 새 점포를 개설하려 해도 단위농협 인근이면 문을 열기 쉽지 않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지역 농협은행 한 관계자는 "각 단위농협 조합장들이 투표권·후보 등록 등 중앙회장 선거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며 "따라서 농협은행은 이들 단위농협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상권이 다 들어차지 않은 빈 상가에 농협은행 지점만 덩그러니 있거나 아예 기업금융 전문 점포로 방향을 틀어 개설하는 경우도 있다. 일례로 농협은행 세종반곡동지점은 지난해 2월 세종국책연구단지 인근 한 상가 2층에 자리잡았다. 이 상가는 1층에 햄버거 가게가 들어와 있을 뿐 공실이 많고 상권이 형성돼 있지 않은 곳이다.

이를 두고 농협중앙회가 지역농협을 의식하고 좋은 입지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해당 지점에서 불과 1㎞ 떨어진 곳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입지해 있는 등 여건은 더 낫지만 이미 2016년부터 단위농협인 남세종농협 소담지점이 영업을 하고 있다. 남세종농협 본점·용포지점이 자리한 세종시 용포리에는 농협중앙회가 진출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자동화기기 한대만 설치해 놓았다. 대전지역에선 둔산동 갤러리아백화점 앞 네거리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신한·KB국민 등 대표 시중은행이 모여 있는 주요 금융지대다. 이 자리엔 농협은행이 아닌 축협농협이 자리해 있다. 지역 한 농협은행 관계자는 "지역본부에서도 영업구역이 겹치지 않도록 점포 지역을 선정하고 있다"며 "지역농협 자생력 강화을 위한 배려 차원"이라고 말했다. 정민지·천재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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