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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검수완박'에 윤석열의 일리있는 항변

2021-03-04 기사
편집 2021-03-04 18: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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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임기 4개월을 남겨두고 중도하차했다. 그의 사퇴의 변은 200자 원고지 한 장 분량밖에 되지 않지만, 함의하는 바는 크다. 현 정권과 불안한 동거를 끝내면서 작심한 듯 직설(直說)을 쏟아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지금 파괴되고 있다. 그 피해는 오로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는 모습을 더 이상 지켜보기 어렵다.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 이다"고 밝혔다. 검찰총장 자리에 더 머무르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는 말로 들린다. 그는 지난해 1년 내내 추미애 전 법무장과 갈등을 일으키면서도 검찰총장의 자리를 내놓지 않았다. 여권의 노골적인 사퇴 압박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스스로 자리에서 내려왔다.

윤 총장의 사퇴는 전날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미 예고됐다. 그는 "지금 진행 중인 '검수완박'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 부패를 완전히 끊지 못하고, '부패완판'으로 헌법정신에 크게 위배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수완박은' 검찰의 완전한 수사권 박탈, '부패완판'은 부패가 완전히 판칠 것이라는 의미다. 그의 말대로 집권 여당이 밀어붙이는 중대범죄수사청이 신설되면 검찰은 사실상 무장해제된다. 공수처 설치와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에 남아있는 6개 중대범죄에 대한 수사권마저 중수청으로 넘어가게 된다. 그래서 '검수완박'은 곧 검찰 해체 수순이나 다름없다. 윤 총장이 공수처 설치에는 마지못해 동의했지만 중수청 설치에는 직을 걸고 반대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검수완박'이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는 말 또한 간과해서는 안된다. 헌법 12조 3항은 체포, 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헌법을 개정하지 않고서는 수사과정에서 검찰을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도 여권은 작심한 듯 수사권을 박탈해 검찰을 무력화시키려고 하고 있다. 뒤가 구린 게 얼마나 많으면 이토록 무리수를 두는지 모르겠다는 말까지 나온다. 윤 총장의 사퇴가 미칠 파장이 어디까지 인지 아직 예측하기 힘들지만 그의 사퇴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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