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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 사무사 (思無邪)

2021-03-05 기사
편집 2021-03-05 07:19:31
 백승목 기자
 qortmd22@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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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결코 선거용이 아니라고 누차 강조했다.여당 지도부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된 뒤 4·7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세 예비후보 모두를 앉혀놓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낙연 대표는 "가벼운 마음으로 선거에 임하게 된 예비후보들께 축하를 드린다"고 말했다. 선거용이 아니라면서 왜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을 보란 듯 앉혀놓고 '가벼운 마음의 선거'를 운운했을까. 상황이 참으로 공교롭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희망 고문은 끝났다"고도 했다. 이 발언에서 순간 내가 모욕당한 느낌을 받았다.

작년 말 이 대표는 충청권을 찾아 "국회 세종 완전 이전을 목표로 단계적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집권 여당 대표로서 의지를 드러낸 듯 했다. 다시금 애써 기대감을 품었다. 용역을 통한 구체안도 제시하고, 여당 지도부 모두 한 동안 국가균형발전을 입에 달고 살길래, 혹시나 하는 희망이었다. 이윽고 세종 국회 설치 입법화를 위한 공청회가 열리고 당위성마저 확보되면서 이제 우리의 '희망 고문'이 끝날 줄 알았다. 공청회가 끝나자마자 이 대표가 세종을 찾는다는 소식까지 들리길래 더욱 그랬다. 이제 입법만하면 된다는 생각에 기대감 보다 높은 희망을 품었던 터다.

그런데 갑자기 안 온단다. 온다고 하기 바로 전날 오후 일정 변경으로 못 온단다. 가덕도 신공항의 성과물을 들고 불과 닷새만에 다시 부산을 찾았던 바로 그날이다. 울산도 방문해 공공의료원 건립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를 약속한 그날이기도 하다. 대통령 선거 출마를 위한 당 대표 사퇴 시한을 일주일 앞뒀던 그날 말이다.

순간의 허탈함에 '우리는 뭔가 싶어' 희망을 품었던 3월은 다시 아득해졌다.

'논의'와 '협의'로만 점철되던 시기에는 그렇게 얼굴을 내밀며 국회 세종 이전을 약속하더니, 공청회 결과가 잘 마무리되고 이제 입법화만 남으니 덜컥 '겁'이 나 숨어버렸나. 아니면 느긋할 줄 알았던 행보가 뜻하지 않게 조급해지자 드디어 '본색'을 드러낸 건가 싶다.

어린 단종 임금이 공자 말씀인 '사무사'의 뜻을 묻자 사육신 박팽년은 명답을 내놓는다.

"사사로움이 없는 바른 마음입니다. 마음이 바르면 모든 사물에서 바름을 얻을 것입니다." 백승목 서울지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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