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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연 "'결사곡' 팜므파탈? 원래 사랑은 60대에 하는 것"

2021-03-04 기사
편집 2021-03-04 08:4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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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연기밖에 몰라…포기하려다 김혜자·윤여정 보며 용기 얻죠"

첨부사진1포즈 취하는 김보연 [사진=연합뉴스]

"한 장면 나오더라도 외모로든 연기로든 가장 예쁘고 강렬하게 나오게, 시청자들이 저한테 집중할 수 있도록 모든 걸 계산하고 만반의 준비를 해서 연기하죠."

TV조선 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이하 '결사곡')을 통해 연기 인생 46년 만에 처음 악역에 도전한 배우 김보연(64)은 4회 엔딩 한 컷만으로 단숨에 팜므파탈로 등극하며 작품 전체를 장악해버렸다.

수십 년 잉꼬처럼 살았던 남편 신기림(노주현 분)과 다정하게 영화를 보다 기림이 갑작스럽게 심정지를 일으키자 외면하고 슬픈지 기쁜지 모를 섬찟한 표정을 짓는 장면이었다. 동미는 이후 양아들 유신(이태곤)을 '남자'로 대하며 며느리인 사피영(박주미)과 대립한다. 상식적으로는 받아들이기에 버거운 스토리이지만, 김보연은 탁월한 완급 조절로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만든다.

포즈 취하는 김보연 [사진=연합뉴스]


최근 용산구 한남동의 한 갤러리에서 만난 김보연은 "임성한 작가님이 오랜만에 글을 쓰셨다고 해서 4회까지 대본을 읽어봤는데, 4회 마지막에서 '오,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정말 신경을 많이 쓴 장면이었는데 다행히 방송 후 반응이 좋았다. 20대 때 대종상을 탔을 때 같은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회차가 거듭할수록 정신 똑바로 차리고 연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대본만 보면 동미는 단순히 남편을 간접적으로 죽이고, 양아들에게 이성적 감정을 느끼는 미친 여자로만 보일 수 있었어요. 더러워 보일 수도 있고요. 영화관, 수영장, 목욕 장면처럼 눈빛에 힘을 줘야 할 부분은 확실하게 주고 또 독백하는 장면에서는 동미가 왜 그렇게 됐는지를 설득력 있게 들려주려고 노력했죠. 영화관 장면은 한 10컷으로 나누고, 영화 '라스트 모히칸'의 삽입곡을 들으면서 철저하게 준비했을 정도예요. 연기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죠"

그는 이어 "임성한 작가님이 나를 믿고 내가 과감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대본을 써주신다"며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포즈 취하는 김보연 [사진=연합뉴스]


김보연은 스무 살 나이 차를 뛰어넘는 이태곤과의 로맨스 연기에 대해서는 "'태곤아, 미안하다, 다른 젊은 여자 스타와 해야 하는데'라고 한다"고 웃으며 "하지만 미안하면서도 좋다. 내가 또 언제 이런 걸 해보겠느냐"고 했다.

"그런데 원래 사랑은 60대에 하는 거예요. '결사곡' 메인 커플은 30, 40, 50대지만 30, 40대가 무슨 사랑을 알겠어요. 그래서 제가 이를 악물고 연기해요. '60대 연기의 맛, 사랑의 맛을 한번 알아봐라' 이러면서요. (웃음) 시대가 변했어요. 60대도 사랑할 수 있고, 노력해서 아름다워질 수 있는 나이죠."

김보연은 그러면서도 동미와 유신의 관계에 대해 "동미는 유신을 정말 남자로 생각한다. 동미 인생에는 스무 살 많은 기림, 그리고 유신 두 남자만 있었다. 그래서 충분히 유신을 이성으로 좋아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반면 유신은 동미를 이성적으로 보진 않는다. 아버지 때문에 희생하고 살아서 잘해주고 싶은 여자일 뿐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막장'으로 보일 수 있는 이야기에 설득력을 불어넣는 김보연은 연기뿐만 아니라 비주얼적으로도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성형은 안 하고, 소식하고, 운동 열심히 한다. 피부는 엄마를 닮아 좀 타고난 것 같다"고 웃었다.

지난해 KBS를 먹여 살린 '한 번 다녀왔습니다'에 이어 올해 '결사곡'까지 연타석 히트를 하면서 김보연은 다시 한번 전성기를 맞았다. 두 작품이 결은 다르지만, 가족극으로 분류되는데 그는 "요즘 시대에는 '결사곡' 같은 일이 많다. 막장이 아니다. 한 30%는 현실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점점 사라져가는 가족극을 이렇게 드라마틱하게 써주는 임 작가에게 고맙다"고 했다.

포즈 취하는 김보연 [사진=연합뉴스]


1976년 MBC 공채 탤런트 8기로 데뷔해 외모, 연기, 노래 등 모든 것을 갖춘 청춘스타로 큰 인기를 누렸던 그는 "연기밖에 모르고 연기가 가장 즐거운 사람이지만 날이 갈수록 역할이 줄어든다. 그래서 가끔은 포기하고 싶다가도 드라마 '눈이 부시게'로 백상예술대상을 받으신 김혜자 선생님이나, 이번에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영화 '미나리'의 윤여정 언니를 보면서 용기를 다시 얻는다"고 말했다.

"tvN 예능을 통해 할리우드 영화 오디션도 보게 됐어요. 메릴 스트리프 같은 천재적인 연기자가 정말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을 보면 참 부러워요. 저도 포기하지 않고 하다 보면 기회가 오겠죠. 저는 늘 역할에 목마르거든요."

하지만 45년 전 김보연이 MBC 문을 두드린 이유는 의외로 가수가 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당시 여대영 MBC 악단장을 만나면 가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마침 탤런트 모집 공고가 떠서 지원했더니 1등으로 입사했다는 범상치 않은 스토리다. 그는 결국 여 단장 앞에서 이종영의 '너'를 불러 노래 실력을 인정받고 정식으로 음반도 냈다. 최근 MBC TV '복면가왕'에서도 가창력을 입증한 그는 올해 새 음반을 내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요즘 트로트도 대세고 하니 깨끗한 노래로 하나 불러보고 싶어요. 학교 다닐 때도 참 조용했고 지금도 실제로는 굉장히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연한 사람인데, 카메라 앞에만 서면 다른 사람이 되니 참 신기하죠. (웃음)"[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