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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의 와인감상] 루이 자도

2021-03-04 기사
편집 2021-03-04 07:2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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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신성식 ETRI 지능화융합연구소 책임연구원
와인 명칭 앞에 보통 샤또를 붙이는 보르도와 달리, 부르곤뉴에서는 소유한 밭에서 재배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면 도멘(Domaine)에, 매입한 포도로 양조한 경우 메종(Maison)에 제조사명을 붙입니다. 대부분의 부르고뉴 와이너리 명칭은 창립자 이름을 사용하는데, '메종'은 생략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부르곤뉴를 가장 잘 대표하는 메종은 라벨 상단에 포도주의 신 바쿠스(Bcchus)의 두상을 넣은 루이 자도(Louis Jadot)입니다. 웬만한 꼬뜨도르 마을 규모인 264ha에 달하는 포도밭을 아래 보졸레부터 위쪽 샤블리까지 곳곳에 보유한 루이 자도는 무려 234개에 달하는 와인의 범위와 다양성, 우수한 품질에서 '부르곤뉴의 얼굴'이라 칭해지기도 합니다.

주로 18세기에 시작된 다른 대형 메종들과는 달리 100여 년 늦은 1859년 설립된 루이 자도는 1945년 미국에 와인 수출을 시작한 3대 루이 오귀스트(Louis Auguste) 자도에게 아들이 없어서, 1954년부터 합류한 가제(Gaget) 가문이 2대째 경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소유권은 1985년 미망인 자도 여사가 미국 수입사에 넘겼습니다.

현재 루이 자도는 1992년부터 삐에르 앙리(Pierre Henry) 가제가 1970년부터 재직한 수석 와인 메이커 쟈끄 라르디에르(Jacques Lardiere)의 도움을 받아 운영 중입니다. 이들의 와이너리 운영 철학은 인간 개입의 최소화입니다. 자연이 주는 마법을 현대 기술로 최대한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떼루아의 특성을 잘 나타내는 좋은 포도를 골라서 와인이 되는 과정을 잘 돌봐 주는 수준에 멈춰야지, 모든 개입은 마법으로 향하는 문을 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닫아버리는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인터뷰에서 삐에르 앙리 가제는 와인 생산을 "와인으로 하여금 시간의 흐름 속에 성숙되는 자유를 부여하려 노력하는 것, 5~20년에 걸쳐 균형잡힌 면모를 조용하게 표현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라 정의하며, 빨리 마실 수 있는 와인을 만드는 것은 루이 자도의 목적이 될 수 없다고 합니다. 쟈끄 라르디에르에게 짙은 감동을 준 와인은 1850년대 와인으로 미세하게 남아 있는 탄닌과 색감이 '와인의 영혼'처럼 느껴졌고 그것의 사라짐이 마치 인간 수명이 다하는 순간과 유사했답니다.

교통의 요지 본(Beaune) 중심부에 본사가 위치한 루이 자도는 꼬뜨도르 와인들의 제조를 위해 시내에서 떨어진 북쪽 사비니-레본 방향 외곽에 1997년 현대식 라 샤블리에르(La Sabliere) 양조장겸 저장고를 건설했습니다. 작년에 프랑스 국가 공인 소믈리에 컨설턴트 자격증을 받은 아들과 2019년 11월말 토요일 오전에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루이 자도의 1차 숙성용 대형 양조통 비중은 오크보다 스테인레스 스틸이 더 높아 보였습니다. 여러 공간에 나눠져 2차 발효중인 다양한 산지별 오크통들도 살펴 보았습니다. 대부분의 그랑 크뤼 와인들의 오크통을 볼 수 있었고, 제가 맛본 루이 자도 와인 중에 가장 감동적이었던 샹볼-뮤지니 프리미에 크뤼 레자무레즈(les Amoureuses, 연인들)의 2019년 오크통도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루이 자도는 1996년부터 까뒤(Cadus)라는 이름의 오크통 제작소를 직접 운영합니다. 운영진의 철학에 따라 사전침용과 수띠라쥬(펌핑), 발효 중 온도 제어도 하지 않고 오크통 속에서 와인 스스로가 자연스럽게 발효되고 있다는 와이너리 투어를 담당하신 작고 다부진 모습의 할머니 가이드의 설명도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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