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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논단] 대학의 생존과 특성화

2021-03-04 기사
편집 2021-03-04 07:5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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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신동호 한남대 교수
우리나라는 참 대학이 많다. 대학 진학률도 높다. 고등학교 졸업생의 7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한다. 그런데 문제는 대학교육 수준이 높지 못하다는 것이다. 대학교육의 역사가 짧은 것이 한 원인이기도 하다.

현대 대학문명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유럽엔 오랜 전통을 가진 대학이 많다. 세계에서 가장 역사가 있는 대학, 이탈리아 볼료냐 대학은 1200년 전에 세워졌다. 영국의 옥스퍼드대학도 약 8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의 교육이나 연구 수준이 높지 못한 데엔 투자가 빈약한 탓도 있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는 대학의 운영비를 정부가 부담한다. 학생들이 등록금을 납부하지 않는다. 대학 운영비의 대부분을 학생에게 부담시키면 올바른 교육이 이뤄지기 어렵다.

그런데 우리는 이제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 됐다. 경제뿐만 아니라 국격도 그에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한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선 대학의 수준도 달라져야 한다.

전통이 깊지 못하고 대학의 운영비를 개인에게 부담시키는 구조에서 어떻게 하면 대학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을까? 하나의 대안이 대학의 특성화다.

대학 특성화의 한 방편은 교육과 연구역량을 몇 개의 분야에 집중시키는 것이다. 즉, 과학기술, 의학, 법학, 인문학, 지역학 가운데 몇 가지 학문 분야만 유지하는 것이다.

이 같은 특성화를 대학별 특성화라고 한다면, 학과별 특성화가 있을 수 있다. 어떤 학문분야를 특성화하든 간에 그 분야의 연구와 교육의 방향을 타 대학과 차별화시키는 것이다.

세계 최대의 첨단기술 집적지, 미국 실리콘밸리의 경우 전자공학과는 물론, 경영학과, 교육학과 등도 첨단기술 창업 및 벤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스탠포드대학 사회학과는 경제사회학으로 특화돼 있다. 그 학과의 교수 및 대학원생들은 웬만한 경영학자를 능가할 정도로 기업에 대해서도 해박하다.

스탠포드대학은 사회학과만 특성화된 것이 아니다. 그 대학의 교육학과 역시 전국 어느 곳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그런 평범한 교육학과가 아니다. 그 학과는 기업의 경영자와 관리자, 특히 IT기업, 금융기업 등의 관리자를 양성하고 교육하는 데 전문돼 있다. 대학마다 천편일률적인 방법과 내용을 갖고 유행에 따라 인기 있는 분야만을 고집하며 치열하게 경쟁하는 우리의 현실과는 다르다.

또 하나는 수준별 특성화다. 전문대학과 4년제 대학, 그리고 대학원 교육 간의 확실한 차별화다. 같은 4년제 대학이라 하더라도 수준에 있어 차이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같은 학부, 같은 석사과정이라 하더라도 일반대학과 직업인을 양성하는 대학 간 차이가 명확해야 한다.

필자가 스탠포드대학에서 방문연구를 할 때, 지리정보시스템(GIS)을 배웠다. 이를 위해 3개 대학의 GIS 과목을 수강, 혹은 참관했다. 전문대학, 재직자 교육이 전문인 산호세주립대(SJSU)의 석사과정, 그리고 스탠포드의 세미나였다. 그러한 교육 및 연구과정은 모두 GIS를 취급했지만 과정별로 수준에 있어 현격한 차이가 있었다.

전문대학은 소프트웨어 사용법을 가르쳤고 석사과정에선 시스템을 구축하는 법을 가르쳤다. 스탠퍼드대 세미나에선 다양한 분야의 교수 및 대학원생들이 모여 GIS를 연구에 적용하는 법을 논의하는 것이었다.

요즈음 대학 신입생 시장의 고갈이 현실화되고 있다. 대학의 규모가 축소될 것이 자명한 가운데 대학마다 몇 개의 학과만 살아남는 현실로 귀결될 것 같다. 준비 없이 대학별 특성화될 것 같아 우려된다. 그런 특성화를 방지하기 위해선 학과별 특성화가 필요하다. 즉, 학과별로 살길을 모색해야 한다.

또 교육기관 간 수준별 차별화를 위해선 동일 지역 내 기관 간 협의도 이뤄져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보다 짧은 기간에 우리나라 대학의 연구와 교육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대학도 살고 지역과 국가도 산다. 신동호 한남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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