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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전시 관급공사, 왜 하필 값비싼 '평떼'였나

2021-03-02 기사
편집 2021-03-02 18: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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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와 산하기관이 발주한 공공 건설현장에서의 혈세 낭비 사례가 무더기로 나왔다. 대전시 감사위원회가 최근 상수도사업본부와 건설관리본부 등을 대상으로 감사를 벌여 17건을 적발하고, 공사비 5억 1810만 원을 감액 조치했다고 한다. 관급공사의 예산 낭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번에 대전시 감사위가 적발한 사례를 보면 어이가 없다.

어떤 사업장에서는 도수관로 부설공사 후 지표면을 복구할 때 '줄떼'를 심어도 되는데 비용이 더 들어가는 '평떼'를 식재했다. 잔디를 심을 때 지표면에 빈틈없이 뗏장을 까는 평떼 공법이 일정 간격을 두고 줄지어 식재하는 줄떼 공법에 비해 공사비가 더 나온다. 결국 이 공사는 적절하지 않은 시공을 원상 복구하기 위해 설계변경과 함께 공사비 3450만 원을 감액해야만 했다. 또 다른 사업장은 설계도면에도 없고, 굳이 필요가 없는 교량용 방호울타리를 설치해 공사비가 더 들어갔다. 공사현장에서 나온 부산물 비용을 회수하지 않거나 설계변경 미조치, 설계용역 감독 소홀 등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번 사고의 1차적 책임은 현장 행정을 도외시하고 탁상 행정에만 매달린 담당 공무원에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담당 공무원이 시공업체와 계약 후 건설현장을 방문해 꼼꼼히 점검했더라면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이번 감사를 통해서는 다행히 담당 공무원과 시공업체와의 연결고리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담당 공무원의 해태나 단순 실수로 받아 넘기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어떠한 이유인지는 알 수 없지만 대전시와 산하기관 공무원의 실수와 부주의에 따른 혈세 낭비 사례는 연례행사처럼 발생하고 있다. 비단 건설 현장뿐 아니라 잘못된 보조금 집행, 부적절한 수의계약 등 시민들이 이해하기 힘든 다양한 행위들이 연거푸 벌어지고 있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처럼 사소한 것을 그냥 두면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공무원 한 명의 탁상행정과 단순 실수가 본의 아니게 건설업체에 부당한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이게 공무원과 건설업체의 유착으로 이어지고, 종국에는 토착비리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대전시는 이 참에 현장행정을 강화하고 비리로 연결될 수 있는 작은 실수에도 눈감아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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