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석 공주대 교수
오형석 공주대 교수
최근 유행하는 `스마트`란 단어는 또 다른 화두인 `4차산업혁명`과 더불어 정책과 다양한 사회, 경제, 연구 전반에 걸쳐 언급되며 마치 마법의 도구처럼 회자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의미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는 머릿속에 그려지는 구체성이 부족하다. 그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드론, 3D 프린팅 등 막연한 기술들의 나열로 보여지기 쉽고 코끼리를 만지고서 그 전체 모습을 상상하는 것처럼 개별 요소들로 전체를 인식하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냉정해야 할 언론은 오히려 앞장서서 장밋빛 미래로 꾸미거나 지나치게 디스토피아적인 미래에 대한 경고로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제대로 준비하기 어렵게 만드는데 한몫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래의 변화와 기회, 그리고 위기에 대해 냉정하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스마트란 단어는 원래 의미는 고통스럽고 찌르는 날카로운 통증을 말한다. 이것이 1300년대 와서 빠르고 활동적이고 영리하단 의미로 쓰이기 시작했으며 현재 쓰이는 `지능에 의해 행동`한다는 함축적인 의미는 1970년대 스마트 폭탄(Smart Bomb)이 등장하면서 광범위하게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유도탄(Guided Bomb)이라고 부르는 이 폭탄은 기존의 자유 낙하형 폭탄과 다르게 레이저나 GPS를 이용해 목표를 향해 활강해서 표적에 도달한다. 하늘을 뒤덮는 폭격기가 쏟아붓는 무차별적인 폭탄으로 민간인, 시가지뿐만 아니라 역사 유물과 문화재까지 초토화시켰던 방식에서 원하는 목표물을 `유도에 의해` 정확하게 타격하는 스마트 폭탄은 전쟁의 패러다임을 극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러한 배경을 보면 `스마트`란 단어가 주는 의미는 상당히 흥미롭다. 전쟁 무기에 쓰였으나 불필요한 피해를 줄일 수 있게 되었고 기술과 정보의 우위가 갖는 독점적 지위는 더욱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호대립과 모순은 인간에게 기대와 두려움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건축 분야에서 스마트 건축 혹은 디지털 기술의 역할에 관해 이야기 할 때 설계 과정에서 사용하는 디지털 설계 도구, 새로운 건설 기술(3D 프린팅 및 로봇공학) 그리고 오늘날 우리의 건물, 도시 및 생활에 빠르게 통합되는 혁신적인 디지털 애플리케이션을 말한다. 디지털 설계 도구를 통해 설계자는 많은 시간과 계산을 절약할 수 있으며 최적화된 결과물을 위해 조정할 수 있는 여러 대안을 생성한다. 디지털 건축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같은 비선형 건물이나 유기적인 패턴 같은 결과를 유도하지 않는다. 오히려 트랜드에 따른 미학적 선택에 가깝다. 다양한 매개 변수는 최상의 솔루션을 찾는 데 사용되고 종종 눈에 보이지 않고 예측이 어려운 건물의 성능과 경험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혁신적인 디지털 애플리케이션은 이보다는 좀 더 문화적 영향과 연관된다. 새로운 기술이 수집한 데이터는 사용자 행동과 관련하여 디자인을 개선하고 결정하는 데 적절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러한 기술은 건축 환경에서 인간의 흐름과 행동의 정량화를 가능하게 하여 설계 프로세스에 사용할 새로운 매개 변수를 제공한다. 빅데이터와 변수의 조합은 센서, 드론 또는 자율 주행 차량과 같은 새로운 기술과 함께 특정 도시 문제에 대한 새로운 솔루션을 제안할 수 있다. 또한 신기술을 통해 사용자의 일상 활동에 반응하고 학습하고 적응하는 센서 기반 환경을 개발할 수 있어 직관적인 제어 및 공간 개인화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통해 스마트 건축물로 진화시킨다. 미래 스마트 건축의 목표는 지식과 기술 기반을 확장해 문화적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기술에 대응하고 통합하는 것이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건축가는 고립된 장인 정신에서 벗어나 다른 분야의 전문가와 적극적인 협력을 요구한다. 이러한 준비를 통해 스마트한 디지털 기술이 제시하는 과제 및 기회에 정면으로 맞서며 건축 분야가 그 생명력과 관련성을 유지하고 향후 미래 변화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오형석 공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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