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라 대전성모병원 PI팀 파트장
이소라 대전성모병원 PI팀 파트장
몇 년 전 원내에서 `긍정적인 관계 맺기`라는 주제로 강의를 의뢰받은 적이 있었다. 호기롭게 강의 수락했지만 교육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막막했다. 웹 서치를 하고 관련된 책들을 찾아보면서 사람과 사람이 긍정적인 관계를 맺기 위한 첫 단추는 바로 `관심`이라는 나만의 답을 찾고, 교육을 진행했던 기억이 있다.

독자들 주변에 유난히 다른 사람의 변화에 대해서 빨리 알아차리고 피드백을 주는 지인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이 물론 눈썰미가 좋은 탓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관심이 없다면, 그의 변화를 눈치채지는 못할 것이다. 비단 사람뿐 아니라 사물 또는 어떤 현상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다. 관심이 있으면 다른 것을 볼 수가 있다.

이전 글에서도 한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최근 필자가 자주 듣는 영화 프로그램이 있다. 그 프로그램에서는 주로 영화를 만드는 데 관여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가 되고는 하는데, 필자가 이 프로그램을 듣게 되면서 변한 것이 있다. 바로 영화를 볼 때 엔딩크레딧을 유심히 살펴보게 됐다는 것이다. 그동안에는 엔딩크레딧이 시작되면 바로 극장에서 나오거나, 집에서 영화를 볼 때도 그냥 넘겨버리고는 했었지만, 이 영화 프로그램을 듣기 시작하면서 `작품을 만든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후 영화를 볼 때마다 엔딩크레딧을 유심히 살펴보게 됐다. `아, 이 영화는 어떤 제작사에서 투자를 받은 거구나`, `조명감독이 00영화랑 같은 분이네` 이런 식이다.

관심이 생기니 전과는 전혀 다른 부분을 보게 됐다. 의료기관에서 환자의 경험도 그렇다. 환자들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동안 어떤 경험을 하는지 관심 있게 지켜보지 않는다면, 그들이 어떤 부분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어떤 부분에서는 긍정적으로 느끼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 수가 없다. 따라서 의료를 환자 중심으로 개선할 수도 없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의료기관에서 환자의 경험 대부분이 의료기관 직원과 환자 즉,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일이기에 환자들이 긍정적인 경험을 하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도 환자와 직원의 관계가 중요하며, 관계를 잘 형성하기 위해서는 마찬가지로 환자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환자 경험도 결국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닐까?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먼저 상대방에게 관심을 가져보자. 관심을 갖게 되면 새로운 것을 볼 수 있고, 그것을 통해 관계를 더욱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이소라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PI팀 파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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