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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포럼] 두려움과 위험

2021-03-02 기사
편집 2021-03-02 07: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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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서범경 한국원자력연구원 해체기술연구부장

무언가가 두렵다고 해서 그것이 꼭 위험한 것인가? 공포의 대상과 그로 인한 위험은 엄연히 구분해야 한다.

동물원의 호랑이를 생각해 보자. 창살 안에 갇힌 호랑이는 두려운 존재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직접적인 위험을 느끼지는 않는다. 튼튼한 철망 속에서 사육사들이 안전하게 관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철망이 사라지고 호랑이가 밖으로 나오면 어떻게 될까? 그 순간부터 호랑이는 공포의 대상이면서 우리에게 직접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위험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두려움과 위험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고, 막연히 두려운 대상은 곧 위험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두려움, 공포는 심리적 요소로서 그 대상 또한 개인별로 다르다. 위험은 어떤 대상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피해의 정도로, 계량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위험성도 결국 사람이 느끼는 것이기에 심리적 영향을 받는데, 결과의 치명성, 가진 정보의 양 그리고 노출된 사람의 수 이 세 가지가 주요 요인이라고 한다.

1987년 미국에서 실시한 위험에 대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일반인들과 전문가들 사이에 가장 큰 차이를 보인 것이 원자력이었다. 일반인들은 가장 위험하다고 느끼는 반면에, 전문가 그룹에서는 그 순위가 현저하게 낮았다(20위). 체르노빌 원전 사고(1986) 직후 실시된 조사이기에 일반인들이 느낀 위험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치명적인 사고에 많은 사람들이 노출되는 모습을 봤으니 더더욱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점은 전문가들과의 차이다. 그 분야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정보의 양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즉, 정보가 적어 더욱 위험하다고 느꼈을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연구하고 있는 방사성폐기물 분야도 비슷한 처지인 것 같다. 원자력 이용의 부산물로서 방사성폐기물은 반드시 발생하는데, 특히 원전과 같은 대형 원자력시설의 해체 시에는 일시에 대량으로 발생한다. 이런 방사성폐기물은 일반 국민들에게 아주 위험한 물질로서 두려움의 대상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그동안의 관리 부실 등 원자력계 종사자들의 책임도 분명하다. 하지만 실제적인 위험 정도에 비해서 과도하게 두려워하게 된 것은 아닌지 한 번 생각해 볼 문제다.

두려움의 대상은 사회로부터 완전히 격리하는 것이 맞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비용도 지불해야만 한다. 하지만 방사성폐기물의 경우 이런 비용을 너무 비싸게 치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일반적으로 배출하는 쓰레기의 처분 비용은 종량제 봉투 가격이면 충분하다. 지자체마다 다르겠지만 200ℓ 기준으로 1만 원을 넘지 않는다. 그러나 방사성이란 단어가 앞에 붙는 순간 폐기물 처분 비용은 200ℓ 기준으로 1600만 원을 훌쩍 넘는다. 방사성폐기물의 처분은 일반폐기물과 비교하면 거의 1600배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안전을 위해서라면 비용을 따져서는 안 되겠지만, 두려움으로 인해 비용을 필요 이상 지불하는 것은 아닌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는 안전에 대한 책임을 맡고 있는 관련 전문가들의 몫이겠지만, 전기료를 통해 관련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갖고 천천히 따져볼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중의 두려움을 무시한 전문가의 위험 판단 근거는 학문적 타당성은 확보할 수 있을지 몰라도 지지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보다 안전한 관리와 투명한 정보공개를 통해 국민들의 의구심을 해소하고 미지의 대상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전문가 집단이 앞장서야 하는 이유다. 그렇게 되어야 비로소 우리의 안전에 대한 각각의 처리 비용도 보다 정확히 책정할 수 있을 것이다. 원자력이 막연히 두렵고 위험한 대상이 아닌 적정한 비용으로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대상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 서범경 한국원자력연구원 해체기술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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