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식 충남문화재단 대표이사
김현식 충남문화재단 대표이사
천안중부농축산물류센터가 충남의 애물단지가 된 지 오래다. 20여 년 전 설립되었지만 얼마 안 되어 경영난에 봉착, 부지 일부는 매각하여 아파트를 짓고 나머지 거대한 건물과 공간이 유휴시설이 된 채 역대 도지사의 머리 아픈 숙제로 남아 있었다. 마침내 천안출신 양승조 도지사가 반드시 해법을 찾아 오랜 숙원을 풀어보겠다는 굳은 의지로 칼을 뽑아 들었다.

하지만 묘책이 결코 쉽지는 않은 게 현실이다. 필시 대규모 예산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이 프로젝트를 누가 감히 자신 있게 해법을 제시할 수 있겠는가? 생각건대 어떤 관료도 나서기가 어려울 것은 당연지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쉬운 매각의 길을 택하지 않고, 충남도의 명예회복과 수부도시 천안발전을 위한 결단을 내리려는 양승조 지사의 고뇌에 아낌없는 지지와 격려를 보내드리고 싶다.

해서 지난해 도청 내 전담팀이 꾸려지고 본격적으로 재활용방안 모색에 나서 1차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었고, 그 중 의미 있는 세 개의 안을 선정하여 연구를 거친 후 얼마 전 도 지휘부와 외부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발표 및 토론회를 가졌다. 그 중에 나는 `코리아디지털아트빌리지`라는 제명으로 첨단문화예술창작단지 조성방안을 제시하였다.

충남은 이제 대한민국 4차산업과 문화예술의 중심으로 가야한다는 믿음을 가진 나로서는, 디지털기술과 예술 그리고 인문학이 융합되어 신한류콘텐츠를 생산하는 문화예술발전소를 건설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 AI가 작곡과 연주를 하고 로봇이 그림을 그리는 시대에 디지털미디어아트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불러온 비대면 일상화는 4차산업혁명에 엄청난 가속도를 붙여 생산양식과 우리의 생활패턴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초고속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나는 4차산업중심지로서 역동적으로 성장하는 젊은 도시 천안에 대규모로 한국디지털예술창작단지를 건설하여, 충남과 천안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육성하기를 소망한다. 이 곳에 다양한 예술가들이 상주하면서 첨단디지털기술과 예술을 융합, 실험적인 작품들을 끊임없이 창작하여 공연 전시하고 견본시 기능도 수행하는 한편 미래세대가 교육받으며 체험하는 꿈의 공간이 되길 바란다. 디지털기술과 운용능력 세계최고 수준인 한국이 유독 디지털예술영역에서는 미국이나 유럽에 뒤지고 있는 바 이를 추월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리에게는 세계를 흔드는 대중문화의 한류가 있고 뛰어난 예술가들이 얼마든지 있다. 대표적인 디지털아트공연상품 (넌버벌퍼포먼스 등)도 개발, 상설공연으로 한류관광객을 끌어 들이는 상상을 해보자.

문제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며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에 있다. 나는 이 문제를 IT나 콘텐츠 부문의 글로벌기업과 손잡고 풀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지역연고기업이라면 더욱 좋다. 그들에게 충분한 명분과 실리를 주면서도 지역경제와 문화예술을 살리는 상생의 해법으로 말이다. 콘텐츠로 인한 수입과는 별개로 교육과 관광이라는 부가수익모델로 유지가 가능한 기획이 필요하다.

`태양의 서커스`라는 하나의 콘텐츠로 글로벌 기업이 된 사례는 우리에게 무한한 영감과 자극을 준다. 우리는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것은 야망과 의지에 달려 있다. 천안을 한국 디지털예술의 중심으로 만드는 일은 절대로 허황된 꿈이 아니다. 얼마나 간절한 소망으로 얼마나 지혜롭게 도전하느냐에 달려 있을 뿐. 천안의 도시브랜드와 신성장동력 확보 그리고 충남의 문화예술 중흥을 위해 힘을 모으고 지혜를 모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충남문화재단 대표이사 김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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