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영 세종시의회 의원
안찬영 세종시의회 의원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세종시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8.6%에 달했다. 세종시에 있는 중대형 상가 가운데 5곳 중 1곳 꼴로 비어 있다는 의미다. 소규모 상가 공실률 역시 11.9%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다른 광역 시·도의 경우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여파가 일부 반영된 것인 데 반해, 세종시는 출범 이후 줄곧 상가 공실률 문제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러 원인이 거론되고 있지만, 최근 전자상거래 중심의 소비 패턴 변화가 로드 샵이 들어선 상권의 쇠퇴를 가져왔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특히 세종시는 평균 연령이 37.3세로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여서 전자상거래를 통한 역외 소비 비중이 높은 편이다. 이것이 지역 상권을 더욱 약화시켰다. 결국 빈 상가가 늘어나게 되고 견고해야 할 상권의 연결고리가 끊기자 상가를 찾는 발걸음이 줄어들면서 장사를 포기하는 상인들이 속출하는 악순환의 반복이 더 큰 문제다. 이른 바 `빈 상가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세종시 상권의 활성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지금 이 위기를 적극적인 정책 지원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인식 전환이 급선무다. 크게 단기 과제와 중·장기 과제, 상가 활성화를 위한 전문적인 통합 관리 측면으로 나눠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세종시 산하기관과 세종시로 이전할 계획이 있는 유관기관을 적극 유치해서 동 지역 주요 상점가 인근에 분산 배치하는 방안이 효과적일 수 있다. 동 지역의 면적이 넓지 않아 이동 거리로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에서다.

중·장기적으로는 문화예술과 접목한 특화거리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미술과 공예 등 지역 예술인들을 참여시켜 상점가를 소비 공간에서 볼 거리와 즐길 거리가 다양한 확장된 문화 향유의 장으로 조성하는 방법이다. 지난해 말 한솔동에서 지역 예술인들과 함께 진행했던 빈 상가를 미술관으로 활용한 문화거리 조성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또한 2018년부터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이 도전해온 중소벤처기업부의 `상권 르네상스 사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상권 르네상스 사업은 쇠퇴한 상권을 되살리려는 대표적인 국가 정책 중 하나다. 물론, 대상지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인구나 점포 수, 인구 및 매출액 감소 등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하지만, 상권 규모에 따라 60억에서 최대 120억 원까지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세종시의 상권 상황을 고려하면 충분히 검토해볼 만한 사안이다. 일부 지자체의 경우 상권 르네상스 사업 공모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상권 활성화 재단을 활용해 전담 조직을 운용하는 사례도 있다. 세종시 역시 상권활성화 재단을 설립해서 세종시 신용보증재단 사업과 연계한 전문적이고 세분화된 소상공인 지원을 유도해야 한다.

또 다른 지자체의 벤치마킹할 사업들이 적잖다. 경기도는 온라인으로 구축된 경기스타트업플랫폼을 통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자금을 모으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빈 상가 활용 방안과 접목해보는 시도가 필요해 보인다. 이를 테면 일정 금액 이상 펀딩에 성공한 스타트업에 대해 시가 빈 상가를 임대해 사무공간을 지원해주는 방안이다. 유망한 스타트업이 세종시에서 안착할 수 있도록 돕고 지원 조건에 일정 기간 세종시에 주소지를 둬야 하는 의무 사항을 명시해 장기적으로는 세종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게 유도하자는 취지다. 이 사업이 활성화된다면 이러한 방식으로 세종시에서 육성한 스타트업 제품을 모아 판매하는 편집 매장 형태의 `세종형 스타트업 플래그십 매장` 운영으로도 아이디어를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빈 상가에 사람이 모이면 인근 상점가를 찾는 발걸음도 늘어날 것이다.

아울러 앞서 언급했던 온라인 중심의 소비 패턴 변화에 발 맞춰 온라인쇼핑몰과 연계한 제품 체험 공간 성격의 로드 샵을 여는 것도 빈 상가를 줄이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최근 온라인 쇼핑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제품 체험 공간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만큼 전자상거래로 제품을 사기 전 직접 제품을 만져보고 선택할 수 있는 공간을 선도적으로 조성해보는 건 어떨까 `지금부터 적극적인 지원책이 나와야 상권 붕괴를 막아낼 수 있다`는 절체절명의 각오로 세종시의 모든 구성원들과 함께 상점가 활성화를 위해 절실히 노력하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한다. 안찬영 세종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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