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예술의전당 26일 리사이틀 시리즈 대전에서 첫 공연

26일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에게 인사하는 백건우. 사진=대전예술의전당
26일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에게 인사하는 백건우. 사진=대전예술의전당
백발의 명장이 피아노 앞에 섰다. 객석을 향해 고개를 숙인 노신사는 은색 안경을 쓰고 건반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피아니스트 백건우(75·사진)씨. `백건우와 슈만`을 주제로 지난 26일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을 찾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총 1546석 중 예약이 가능한 746석이 사전 예매로 모두 매진됐다.

공연 시작 전 관객들이 포스터 앞에서 줄 서서 사진 촬영을 진행하는 등 나들이에 나선 시민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오후 7시 30분, 아트홀 관객석은 불이 꺼지고 은은한 조명은 은발의 피아니스트를 비췄다. 공연 시작 전 목례를 한 그는 피아노 앞에 착석했다. 모두가 숨 죽인 시간, 그의 손 끝에서 출발한 연주는 어둠을 뚫고 관객들을 음악의 세계로 이끌었다.

과거 자신을 둘러싼 논란조차 피아노 선율 앞에서 하나둘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제1부 `아베크 변주곡`을 시작으로 `새벽의 노래`까지 건반 위에 구도자라는 말이 왜 붙었는지를 방증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새벽의 노래에선 슈만의 불안한 내면을 그대로 투영하는 모습까지 엿볼 수 있었다. 15분에 인터미션이 지난 후, 제2부에선 `다채로운 작품집 중 다섯 개의 소품`을 시작으로 `유령 변주곡`까지 슬픔과 기쁨이 공존하는 듯한 110분 동안의 공연이 절정에 달했다.

마지막 연주가 끝난 뒤 백건우는 잠시 동안 피아노 앞에 머물렀다. 그가 쓰고 있던 안경을 가슴 주머니에 넣고 일어서자 관객들은 그를 향후 박수를 보냈다. 몇몇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백건우는 다섯 번의 커튼콜로 화답했다.

그는 첫 번째 커튼콜에선 고개를 숙이고 마지막에는 관객들을 향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박수를 치기도 했다.

공연을 지켜본 김상균 대전예당 관장은 "공연시작 전 백건우 선생님에게 2주 동안 자가격리 기간이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오히려 음악을 갈고 닦을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라고 들었다"며 "원래 예전 무대에선 앵콜을 진행했지만, 최근에는 안 하는 추세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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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대전예술의전당에 `백건우와 슈만` 공연을 보기 위해 관객들이 방문했다. 사진=박상원 기자
26일 오후 대전예술의전당에 `백건우와 슈만` 공연을 보기 위해 관객들이 방문했다. 사진=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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