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영환 화백, '돈' 소재로 20년째 작품활동,
23번째 개인전 '貨嚴의 딜레마', 돈 세상 풍자

천안시 유량동 리각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貨嚴의 딜레마` 전시 작품을 변영환 화백이 설명하고 있다. 사진=윤평호 기자
천안시 유량동 리각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貨嚴의 딜레마` 전시 작품을 변영환 화백이 설명하고 있다. 사진=윤평호 기자
[천안]코로나19로 돈에 대한 숭앙은 더 깊고 넓어졌다. 빚투, 영끌 등 세대 초월 저마다 돈을 좇아 달음박질 치고 있다. 닳고 닳은 돈을 전시장의 복판으로 끌어들여 현대인의 물신주의를 유쾌하게 비튼 작가가 있다. 돈을 소재로 20년째 작품활동 하고 있는 변영환(65) 화백이다. 천안시 유량동 리각미술관에서는 오는 15일까지 변 화백의 23번째 개인전 `貨嚴의 딜레마`가 열리고 있다.

전시장에 입장하면 불국토의 이상적인 꽃들이 아닌 다종다양한 돈(貨)이 관객을 맞이한다. 설치를 비롯해 전시장을 꽉 채운 150여 점 작품 모두 돈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전시장이 그야말로 `돈판`. 작품마다 가격도 매겨졌다. 1만 원의 저렴한 작품부터 전시장 한가운데를 차지한 메인 설치작품은 무려 10억 원. 가격 만큼이나 돈을 변주한 방식도 천차만별이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작품 `메두사`는 수천 갈래로 가지 친 지폐를 통해 돈에 포획된 인간의 사고를 간명하게 표현했다. 동전 및 혼합재료를 활용한 작품 `랩소디`는 폭력이 된 돈과 그것을 치유하는 음악으로 돈을 대비했다.

단국대 대학원 회화과를 졸업, 충남문화예술연대 대표로도 활동하는 변 화백은 인간탐구의 연장에서 돈의 세계에 천착하게 됐다. 변 화백은 "십 년 넘게 인간의 정체성을 탐구하다 보니 자본주의 사회의 인간, 그리고 자본주의 표상인 돈에 자연스레 관심 갖게 됐다"고 말했다.

돈을 전면에 내세운 이번 전시회를 준비한 지난 1년은 역설적으로 돈의 가치를 절실하게 체득한 시간이었다. 변 화백은 "코로나19 여파로 전시 중단은 물론 작품 판매도 뚝 끊기며 전업작가로 힘든 시절을 보냈다"고 말했다.

촌철살인의 날렵함으로 돈꽃 세상을 현시화한 변영환 화백은 전시장을 찾은 이들이 `상평통보`(常平通寶)의 가치에 눈 떴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축적의 수단이 아니라 늘 떳떳하고 평등하게 누구든지 쓸 수 있는 돈, 그런 상평통보야 말로 가장 좋은 돈이죠." 윤평호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