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영환 화백, '돈' 소재로 20년째 작품활동,
23번째 개인전 '貨嚴의 딜레마', 돈 세상 풍자
전시장에 입장하면 불국토의 이상적인 꽃들이 아닌 다종다양한 돈(貨)이 관객을 맞이한다. 설치를 비롯해 전시장을 꽉 채운 150여 점 작품 모두 돈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전시장이 그야말로 `돈판`. 작품마다 가격도 매겨졌다. 1만 원의 저렴한 작품부터 전시장 한가운데를 차지한 메인 설치작품은 무려 10억 원. 가격 만큼이나 돈을 변주한 방식도 천차만별이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작품 `메두사`는 수천 갈래로 가지 친 지폐를 통해 돈에 포획된 인간의 사고를 간명하게 표현했다. 동전 및 혼합재료를 활용한 작품 `랩소디`는 폭력이 된 돈과 그것을 치유하는 음악으로 돈을 대비했다.
단국대 대학원 회화과를 졸업, 충남문화예술연대 대표로도 활동하는 변 화백은 인간탐구의 연장에서 돈의 세계에 천착하게 됐다. 변 화백은 "십 년 넘게 인간의 정체성을 탐구하다 보니 자본주의 사회의 인간, 그리고 자본주의 표상인 돈에 자연스레 관심 갖게 됐다"고 말했다.
돈을 전면에 내세운 이번 전시회를 준비한 지난 1년은 역설적으로 돈의 가치를 절실하게 체득한 시간이었다. 변 화백은 "코로나19 여파로 전시 중단은 물론 작품 판매도 뚝 끊기며 전업작가로 힘든 시절을 보냈다"고 말했다.
촌철살인의 날렵함으로 돈꽃 세상을 현시화한 변영환 화백은 전시장을 찾은 이들이 `상평통보`(常平通寶)의 가치에 눈 떴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축적의 수단이 아니라 늘 떳떳하고 평등하게 누구든지 쓸 수 있는 돈, 그런 상평통보야 말로 가장 좋은 돈이죠." 윤평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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