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 불균형 상징' 홍도 지하차도' 최근 임시개통
'대전, 혁신도시 추가 지정' 불구 균형발전 '숙제'
이재명 경기지사식 과감한 해법도 고민해 볼 때

정재필 취재 2부장
정재필 취재 2부장
대전시 최대 숙원사업 중 하나인 홍도 과선교 지하화 건설 사업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시는 6월 준공에 앞서 지난 20일부터 지하차도 임시개통을 했다.

이 사업은 숱한 우여곡절 끝에 이뤄졌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홍도 과선교는 1984년 6월 완공됐다. 총연장 660m, 도로 폭 25m, 왕복 4차선 규모였다. 경부선 철도 통과로 나눠진 동구 삼성동과 홍도동을 잇기 위한 `가로 다리`였다. 대전 동·서를 연결하고, 도시가 팽창하면서 교통흐름이 원활하지 못하자 동맥경화를 풀고, 경부고속도로 대전 나들목 진·출입 등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과거 대전 시민이면 누구나 한 번쯤 이용했을 정도로 유명했다.

세월이 흘러 노후화가 이뤄지고, 차량 통행이 급증하면서 1997년 4월부터 일부 차량에 대한 통행제한이 실시되는 등 안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구조도 S자이다 보니 밤이나 눈과 비 등 기상악화 시 교통사고가 잇따르고, 사망사고도 발생해 위험교량으로 전락했다.

해가 거듭할수록 동·서를 연결하는 중요 축은 병목현상을 초래하는 주범이 됐다. 시민들은 도로 확장 등을 원했고, 시는 과선교 철거와 지하차도 건설을 결정했다. 정부는 당시 경부고속철도 대전 도심 통과 구간 전용선로를 지하가 아닌 지상으로 건설하는 대신 절감된 예산을 철도 주변 지역 피해 주민들을 위한 SOC를 닦아주는 `경부고속철도변 정비사업`을 추진했다. 당시 홍도 과선교 지하화 사업이 30여 개 사업에 포함됐다. 2009년 3월 기공식이 열렸다. 시민들은 지하차도 완공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었다.

하지만, 순항 중 일거라 믿었던 사업은 정부 측의 입장 변화, 시의 미온적 대처, 지역 정치력 부재 등이 얽히면서 지지부진을 면치 못했다. 뒤늦게 밝혀졌지만 낙찰자까지 선정해놓고도 예산이 고작 40여 억 원 밖에 없어 제자리에서 맴돌았다. 말 그대로 무산 위기, 백지화 위기였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에 비유될 정도로 사업 재개가 불가능한 상태였지만 시와 정부 측은 `핑퐁게임` 중이었다.

19대 국회가 출범한 뒤 한 지역구 국회의원의 1년 7개월여의 끈질긴 노력과 시의 적극적인 협조 등에 힘입어 정부가 기존 방침을 접은 채 국비 지원을 결정했다. 사업이 재개됐고, 이젠 완공을 목전에 두고 있다.

대전은 2000년부터 원도심 활성화가 최대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둔산 신도시 개발로 공공기관이 대거 이전하면서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3년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조례를 제정한 시는 각종 시책을 추진 중이지만 `언발에 오줌 눕기`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민선 7기 출범 후 `원도심`을 혁신도시 사업지구로 지정·개발하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내세우며, 정부를 상대로 `혁신도시 추가 지정`이라는 결실을 얻어냈다.

그러나, 이 또한 선언적 상징일 뿐이다. 향후 정부 정책 결정여부에 따라 어떻게 될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원도심 입장에서는 여전히 동·서 균형 발전에 대해 체감하기 힘들고, 목마른 게 현실이다.

대전시가 동·서 불균형 해소와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획기적인 전기 마련을 기치 삼아 추진했던 홍도 지하차도 건설이 곧 마무리된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환영한다. 이 사업 하나만으로 지역 내 균형발전을 못 이룬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이번 계기를 통해 시가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과감한 정책을 수립, 추진해 보는 것이 어떨지 제안해본다.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거침없는 행보가 관심이다. 오랫동안 나라 안보와 수도권 식수 공급 등으로 불균형 발전의 피해자가 된 경기 북·동부지역 발전을 위해 도 산하 10여 개 이상 공공기관 이전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절차상 하자나 일부 반발 등 후폭풍도 만만치않지만 이 지사는 "공정성은 억울한 사람도, 지역도, 집단도, 영역도 없게 하는 것"이라며 밀어붙일 기세다. 이재명 식 과감한 해법이 부러울 따름이다. 정재필 취재 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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