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관 '빅딜' 접근부터 잘못
단순 셈법보다 실익 따져봐야
제 역할 못한 정치권도 '한심'

장중식 취재1부장
장중식 취재1부장
중기부 세종 이전으로 촉발된 대전의 관심이 `기상청+알파`로 기울고 있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지난 23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해당 기관과 막바지 조율 중이라며 구체적 발표 시기도 3월 10일 전후 쯤이 될 것이라고 확정했다. 허 시장은 특히 이 같은 내용을 정세균 총리가 발표할 것이라는 사실까지 공개했다.

시민들의 거센 반발에 위축이 되었던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여기서 잠시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자.

지난해 말 시민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중기부 세종 이전을 강행했다. 대안으로 흘렸던 `기상청 + 3개 기관`이라는 `패키지`는 정치권, 특히 야당인 국민의힘에서 비난을 받았다. 세종으로 떠나는 중기부를 대신해 기상청 외 일부 기관을 주겠다는 복안 자체가 시민을 기만한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중기부 이전을 막지 못한 허태정 시장에 대해서도 `뒷감당이 힘든 모양`이라며 `시민을 상대로 거짓말까지 해가며 후속 대책을 꾸며대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들의 주장은 대전 이전이 예상된 3개 기관은 이미 혁신 도시 분산 배치계획에 따라 대상 기관이었다는 것. 한국기상산업 연구원은 2019년 대전 이전을 추진했다가 국가균형발전 위원회에서 혁신 도시가 아니라는 이유로 제외됐다. 이후 대전이 혁신 도시로 지정되면서 이전해 올 수 있는 대상에 자연스럽게 포함된 것이다.

한국 임업 진흥원과 에너지기술 평가원도 일찌감치 눈독을 들인 충남도와 강원도가 선점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결론적으로 중기부 이전을 반대해 온 대전시민을 달래기 위한 정부 차원의 후속책이 아니라 이미 이전이 가능해 진 기관이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이쯤에서 시민들의 생각과 바램을 대변할 지역 정치인들은 어떤 역할을 했는 지 반문해 본다.

중기부 이전 공청회가 열리던 날, 대전지역에 연고를 둔 정치인들은 일제히 세종을 향했다.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공청회장 앞에서 `중소기업부 이전을 즉각 철회하라`는 팻말을 들며 카메라에 초점을 맞췄다.

매서운 칼바람에 시린 손을 불어가며 시위를 벌인 그들의 모습에 공감했지만, 효율성 부분에는 점수를 주기 어려웠다. 그 시간에 퍼포먼스를 하기 보다는 중기부 이전을 승인한 정부의 수장을 만나야 했다. 윗선의 결심이 필요했다면 국회와 청와대를 찾아야 했다.

하지만 그들은 정부가 주장했던 행정의 효율성 앞에 명확한 논리와 명분을 찾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차라리 문재인 정부의 국정 캐치프레이즈인 국토균형발전을 내세워 대전지역에 실익을 가져올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최선이 아니었을까. 필요하다면 관련법을 고치거나 특별법을 만드는 일에 비중을 실어야 했다.

일부 기관이 옮겨간다고 그 자리를 대체할 기관이 와야 한다는 논리는 단순 셈법에 지나지 않는다.

오죽했으면 `기상청+알파`가 아니라 똘똘한 `방위사업청` 하나라도 챙겼어야 한다는 말이 나왔을까.

지나간 과거는 잠시 접어두자.

허태정 시장이 발표한 중기부 이전 후속대책 브리핑이 있던 날, 권중순 대전시의회의장은 가칭 `중기부 이전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시의회는 하루 빨리 특위 구성을 서둘러야 한다. 그 특위는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결과에 관계없이 시민의 바램과 목소리를 담아야 한다. 필요하다면 `중기부 이전에 따른 대전 배치 기관 결정`까지도 뒤집을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다만, 거기에는 분명한 논리와 타당성이 있어야 한다. 무조건적 반대는 곧 지역이기주의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전시가 언제부터 기상청을 못 박아 두고 `플러스 알파`를 생각했는지 알 수 없다.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식의 정부 결정에 맞장구를 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자신감 넘친 허태정 발 예보가 기상청 날씨 예보와 어떤 차이가 날 지 궁금하다. 장중식 취재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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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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