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24일 국가인권위원회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국정원의 불법 사찰 사안을 집중 거론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의 불법 사찰로 인권 침해를 입은 당사자들에 대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고, 국민의힘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 2차 가해 발언에 대한 대응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을 향해 "2009년 민간인 사찰 지시 후 진정 조치를 요청한 경우가 있냐"며 "국가기관이 수많은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한 사찰을 통해 개인의 인권을 지속적, 반복적으로 8년간 침해한 사건에 대해 파악하지 못한 것은 인권위가 활동을 제대로 해온 것인가"라고 추궁했다.

이에 최 위원장은 "불법적으로 (사찰이) 이뤄졌으면 옳지 않다"면서도 "그렇게 말할 사안은 아니다. 문건도 지금 사회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고, 인권위가 미리 파악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언제든지 사찰 정보가 공개돼 개인 인권이 침해받을 수 있는 우려가 있기 때문에 자료를 어떻게 폐기해서 개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 방안에 대해 인권위 차원의 대책을 준비해달라"며 "불법 사찰이 검찰, 경찰, 감사원, 국세청 등에서 조직적이고 전체적으로 이뤄진 상황이다. 인권위 차원에서 이 문제 어떻게 처리할지 보고해달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우상호 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박원순 롤모델` 발언이 2차 가해에 해당한다는 인권위 차원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몰아붙였다.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은 "우 예비후보가 박 전 시장이 롤모델이라고 칭해 피해자와 가족들이 2차, 3차 가해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표를 의식한 행위라 볼 수 있는데, 인권위에서 전혀 얘기가 없다"며 "2차 가해에 해당되는 것이 아니냐"고 따졌다.

곽상도 의원도 "인권위가 서울시에 2차 피해 규정 정비를 권고했는데 서울시에는 권고하면서 인권위는 왜 그렇게 하지 않냐"며 "우 예비후보에 대해 피해자가 2차 가해라고 호소문까지 냈으면 인권위가 나서야 한다. 성폭력 2차 피해 가이드라인을 선제적으로 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최 위원장은 "진정이 들어와서 판단해달라고 하면 판단하겠다"며 "밖에서 이뤄지는 발언에 대해 일일이 성명을 내거나 의견을 내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서울=백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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