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인 악사(블라디미르 코롤렌코 지음·오원교 옮김)=러시아 문학에서 인도주의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언론인, 사회비평가, 사회활동가로 활동한 블라디미르 코롤렌코의 대표작을 엮었다. 8년에 걸친 투옥과 유형 생활, 평탄치 않은 생애였음에도 낙천적인 인생관을 갖고 항상 미래에 대한 밝은 희망을 잃지 않았다. 시련 속에서 얻은 것은 삶에 대한 불굴의 의지와 정의에 대한 강렬한 지향이었다. 저자의 삶에서 모티브를 딴 네 개의 서사는 억압과 부정이 넘치는 당대 현실에 대한 저항과 극복을 이야기한다. 러시아 문학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혼과 강직한 양심을 지녔던 작가 코롤렌코. 연민과 사랑, 정의와 연대, 공감과 나눔을 고찰하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해본다. 문학과지성사·376쪽·1만 5000원

△화성과 금성의 신화(데보라 카메론 지음·황은주 옮김)=과연 남성과 여성은 서로 다른 언어로 말할까? `화성과 금성`으로 대표되는 편견은 도그마로 굳어져 각 성별에 대한 수많은 오해를 낳았다. 때로는 차별과 이중잣대를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저자는 오랜 기간 이어져온 통념에 의문을 제기한다. 언어, 의사소통, 성별에 관해 삼십 년 넘게 연구해온 자료들을 통해 `화성과 금성의 신화`를 쌓아 올리는 데 각양각색의 허구가 동원되었음을 밝힌다. 이 책은 세 가지 질문을 통해 우리가 손쉽게 의존하는 고정관념이 과연 과학적 근거에 기초해 있는지 따져 묻는다. 평소 `화성과 금성의 신화` 너머의 세계에 호기심을 갖고 있던 당신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할 것이다. 스핑크스·260쪽·1만 3800원

△내향형 인간의 농담(염문경 지음)=10여 편의 연극과 영화를 거친 배우이자 영화감독, 그리고 `펭수 작가`. 누가 봐도 일 벌이기 좋아할 것만 같은 이력을 가졌지만, 사실은 칭찬에 잠깐 으쓱하다 곧 주눅 드는 내향형 인간이다. 세상은 때때로 무례하게 다가오지만, 그럴 때일수록 웃음의 쓸모는 빛을 발한다. 좋은 농담은 생의 단맛도 쓴맛도, 희망도 좌절도 부드럽게 끌어안고 천천히 나아가도록 이끌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저자가 긴 감정의 터널을 건너 자기 안의 모순들을 하나 둘 꺼내 부드럽게 껴안으려는 시도다.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은 펭수 작가의 조금은 짓궂을지라도 해롭지 않은 농담들. 북하우스·272쪽·1만 5000원

△언더에이지(문현경 지음)=종로서 여성청소년과 수사팀으로 첫 발령을 받은 연우는 부암동 부녀 실종사건에 투입된다. 잘린 손목만을 남긴 채 사라진 아빠와 소아마비 환자 딸,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보라색 알약들. 그리고 `찰리`라는 수상한 이름. 부녀의 주변을 수소문해보지만 이들에게 악의를 품을 만한 사람은 없어 보인다. 소시오패스의 달콤한 속삭임에 속아 폭력에 노출된 아이, 칼을 휘두른 자와 칼을 쥐어주고 찌르라고 속삭인 자, 누가 진짜 괴물일까? 작지만 가장 큰 범죄를 다루는 곳, 여성청소년과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스토어하우스·256쪽·1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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