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 꿈꾸던 집에서 미리 살아본다는 프로그램은 `당신이 꿈꾸던 바로 그 집, 판타집(Fantasy House)을 찾아 직접 살아보는 건축적 경험에 관한 사회 실험 프로젝트`라 소개하고 있다. 아직은 시작단계라 다양한 경우의 수들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신선한 접근의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나의 집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의 취향에 맞는 집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 그 과정을 통하여 진정으로 내가 살고 싶은 집은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살 집을 짓고 살기 위해 그동안 이루어진 설계의 과정을 통해 알아보자. 주택을 짓고자 하는 건축주는 자신의 꿈을 이루어 줄 전문가인 건축사를 찾게 된다. 그를 통해 건축주는 자신이 원하는(꿈꾸었던) 주택에 대한 이야기나 가족의 구성원 등 설계에 반영되어야 할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이 요구 조건에 맞추어 건축사는 설계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의뢰인의 가족들이 살 집을 설계하기 위해 여러 번의 수정은 필수 요소라 할 수 있다. 이때 설계자인 건축사와 의뢰인인 건축주의 만남은 필수적인 것이었다. 필자는 최근 집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고민이 생겼다. 코로나 시대 `예전처럼 건축주를 만날 수 있을 것인가?` 그 과정을 간단히 소개해 보고자 한다.
은퇴 후 3층 주택을 계획하고 있는 의뢰인과의 첫 만남은 마스크를 쓰고 사무실에서 대면으로 이루어졌다. 두 시간여 의뢰인의 주택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질문에 답도 해주었다. 많은 건축주들이 궁금증을 갖고 방문한다). 예전 같으면 다음 만날 날짜를 정하고 헤어졌겠지만 이번엔 그 약속 대신 기본안은 이미지로 전송을 하고 이와 관련한 이야기들은 전화를 하기로 했다. 기본안이 작성되기까지 여러 번의 수정을 거치고 외형을 결정하는 시기 외관을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활용해 건축주가 이해할 수 있도록 이왕이면 많은 면을 보여 줄 수 있도록 작업이 진행되었으며 그 결과는 이미지와 간단한 동영상으로 건축주에게 전달됐다. 아직 진행 중인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방식이지만 어쩌면 앞으로는 많은 일들이 이렇게 진행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마도 가까운 미래에 화상회의 도구를 통한 만남과 결정도 건축설계에 반영될 것이다. 이 시대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들을 도구로 사용하도록 구성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일하는 시간과 장소가 특정되지 않아도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 본연의 감성과 만남을 통해 느낄 수 있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인간만의 소통 방법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빈도로 보아 앞으로는 대면보다는 비대면이 그 우월을 차지할 것이다. 그 안에서 충분히 소통하고, 반영하여 시대적인 것을 담아내는 것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전문가들의 숙제가 아닐까.
유병숙 갑진건축사사무소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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