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아파트 전경. 사진=대전일보DB
세종시 아파트 전경. 사진=대전일보DB
세종의 아파트 전셋값이 곱절로 치솟는 초강세가 지속되면서 세입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상대적으로 전세가가 낮다는 매력에 세종으로 전입해온 이들은 불과 2년 새 급등한 전세시장의 직격탄을 맞아 행정중심복합도시 중심부로부터 내몰려 변방을 기웃거리게 됐다. 전국적으로 시민들의 평균연령이 가장 낮아 `젊은 도시`로 불리는 세종의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자금 여력이 부족한 청년들에게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2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7.32% 올라 2011년(15.38%) 이후 9년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2018년 -2.47%, 2019년 -1.78%로 직전 2년 동안 하락하다가 지난해 큰 폭의 상승으로 전환한 것이다. 행정수도 이전 논의가 있었던 세종은 지난해 8월 이후 4개월 만에 38.39% 폭등했다. 세종의 전셋값은 올 들어서도 6주간 7.54% 올라 전국에서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일례로 2019년 순차적으로 입주한 반곡동 수루배마을의 3단지(리슈빌더리버) 아파트(전용면적 84㎡)의 전세가는 KB부동산 리브온 시세로 입주 당시 1억 6750만 원에서 올 2월 3억 6000만 원으로 무려 114.9% 급등했다. 인근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수루배마을이 입주할 때 34평 기준으로 1억 2000만 원에서 1억 5000만 원 사이에 있던 전셋값이 요즘은 3억 8000만 원에서 4억 3000만 원까지 3배 가까이 올랐다"며 "전세 계약 갱신을 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세종 대평동에서 최고가 아파트로 통하는 해들마을1단지 역시 2018년 입주 때 전세가 1억 7000만 원에서 서서히 상승해 3억 8000만 원으로 크게 올랐다. 또 다른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통상 이 시기에는 전세 물량이 어느 정도 나와야 하는데 임대차3법을 활용해 재계약을 하거나 일부 임대인들이 전세값 상승 국면에서 실거주 명분으로 재계약을 거부하는 사례도 많다"고 귀띔했다.

세종 내에서도 중앙행정기관이 밀집한 행복도시를 중심으로 아파트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조치원읍 등 지역 외곽으로 전세 수요가 늘어나는 일종의 `풍선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지난해 1월 조치원 죽림자이 아파트(전용면적 84㎡) 전세는 1억 3000만 원에서 1억 5000만 원 사이에서 거래됐으나 올 2월 2억 5000만 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이 지역 부동산 사정에 밝다는 한 인사는 "높은 전셋값에 떠밀려 세종 도심보다는 외곽지역 전세 수요가 늘고 대전이나 공주, 청주 등 인근 지역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세종 전세가 상승 국면에 다른 시·도로 전출되는 인구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전으로 빠져나간 인구는 2012년 2367명에서 2018년 6365명으로 급증한 이후 2019년 7032명, 지난해 8254명을 기록했다. 충남으로 전출되는 인구도 2012년 2074명에서 2018년 4167명, 2019년 4330명, 지난해 5105명으로 증가세다. 반면 대전에서 세종으로 전입한 인구는 2017년 2만 3707명에서 2018년 2만 2180명, 2019년 2만 314명, 지난해 1만 5425명으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문승현·박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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