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의 한 아파트 도시가스 배관에 까치가 둥지를 만들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청주의 한 아파트 도시가스 배관에 까치가 둥지를 만들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청주]청주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모 씨는 요즘 아침 잠을 설치고 있다. 아침마다 아파트 베란다 난간에서 들려오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소리 때문이다. 의문의 소리를 확인하기 위해 아파트 베란다를 살피던 이 씨는 허탈함에 웃음 밖에 나오지 않았다. 까치가 윗층 베란다에 둥지를 만들려고 쌓으려던 나뭇가지가 베란다 난간에 떨어지는 소리였다.

좋은 소식을 전해주는 길조라는 까치가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도심 속 아파트 주민들까지 괴롭히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까치들이 도심 속 아파트 난간은 물론 도시가스 배관에까지 막무가내로 둥지를 틀고 있다. 까치들이 봄철 산란기를 맞아 둥지 만들기에 열을 올리면서 아파트 주민들에게 기피대상 1호가 되고 있다. 주민들은 혹시나 까치 배설물이 건축물이나 도시가스 배관을 부식 시킬 뿐만 아니라 건강상 피해를 주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 씨는 "최근 아파트에서 까치들이 나뭇가지를 물어 나르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기 시작했다"며 "주로 베란다 난간의 에어컨 실외기 옆이나 도시가스 배관 위에 둥지를 만들고 있어 까치와 때아닌 나뭇가지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어 "까치 배설물이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의 건강에 해롭지나 않을까 걱정이 돼서 까치가 베란다 난간에 둥지를 만들지 못하게 막고 있다"며 "특히 도시가스 배관을 부식 시키면 주민들의 안전도 위협할 수 있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까치가 새벽부터 울어대고 둥지를 트는 소음에 시달려도 지자체의 도움을 받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까치 산란기인 봄철을 맞아 청주시에도 까치 관련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이 늘고 있다. 이들 민원의 대부분은 까치가 아파트 베란다 에어컨이나 화분 옆에 둥지를 틀고 있으니 퇴치해 달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청주시도 뾰족한 수가 없어 답답하기 마찬가지. 한적한 시골이라면 유해조수 포획단의 도움이라도 받을 수 있겠지만 도심 속 아파트에서는 까치를 퇴치할 마땅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도심 속 아파트에서 까치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이 종종 접수되고 있지만 별다른 해결 방안이 없는 게 사실"이라며 "까치들이 아파트 베란다에 접근하지 못하게 조류 기피제를 제공하는 정도가 전부"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994년 환경부는 까치를 유해조수로 지정했다. 이후 2000년부터 까치 수렵이 허가됐다. 김진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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