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민 환경부 갈등조정팀장
오영민 환경부 갈등조정팀장
과학은 무엇인가. 가장 일반적이며 유명한 토마스 쿤의 접근법을 빌어보자. 쿤은 저서 `과학혁명 구조`에서 과학은 증명가능한 지식의 총체이며, 제3자가 재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접근의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과학의 내용이고 다른 하나는 과학의 방법적 특성이다. 내용면에서 보면 물리현상뿐 아니라 사회현상도 과학의 대상이 된다. 물리학, 화학, 지구과학 뿐 아니라, 정치학, 정책학, 심리학도 과학이다.

더 중요한 것은 방법이다. 가설, 즉 과학자의 주장이 과학적 방법으로 증명되고 있는가. 그리고 어느 정도의 신뢰도를 가지고 있는가. 제3자가 같은 방식으로 증명할 수 있는가. 또 다른 3자가 그 가설을 또 다른 가설로 뒤집고 이를 반증할 수 있는가.

이 모든 질문에 과학은 가부를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과학이 아닌 것은 무엇인가. 주장 그 자체는 과학이 될 수 없다. 주장을 하면서 증명하지 못하거나 증명할 수 없는 것, 또는 그냥 그렇게 느끼는 것도 과학이 될 수 없다. 그래서 종교학은 과학일 수 있지만 종교 그 자체는 과학보다는 비과학적 영역으로 보는 것이다.

다만, 과학과 비과학은 우열관계가 아니며 접근방식의 차이라고 보아야 옳다. 일부 학자들은 과학과 비과학의 경계는 언제든 변화할 수 있고, 상호 교류 할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그러나 반과학은 다르다. 반과학은 문자 그대로 번역하면 가짜 과학이다. 과학인척 하면서 과학이 아닌 것이다.

비과학적 영역은 오류와 무오류의 구분조차 무의미할 수 있다. 하지만 반과학은 그 자체로 과학적 오류의 집합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반과학의 위험성을 경계해야 한다. 과학 그 자체는 무오류가 아니며 확실하지도 않다. 불확실성과 싸우는 것이 과학이다.

그리고 언제든 반증되고, 뒤집힐 수 있다는 특성이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그것이 과학의 본질이다. 그래서 더 설득력 있는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결과만큼이나 중요하다. 만유인력의 가설을 주장하고 증명한 뉴턴의 물리학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가설에 의해 많은 내용이 뒤집혔다.

아인슈타인의 일부 주장도 양자물리학에 의해 도전받고 있다. 그러나 인류사에 길이 남을 천재 과학자들의 주장이 뒤집혔다고 해서, 그들의 가설이 비과학이나 반과학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과학은 확실히 과정의 측면이 중요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수 십 여개의 대통령 행정명령과 메모랜덤을 발동했다. 그 중에는 대통령 직속 과학기술 자문기구를 둔다는 것과, 과학적 진실성에 의거해 정책과 정부신뢰를 회복하도록 한다는 것도 있다. 과학에 기반한 정책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듯하다.

과학에 기반한 정책은 달리 말하면 과학적 과정을 따르는 정책이다. 인간이 증명하지 못했고 아직 불확실성이 큰 여러 현상들에 대해 우리가 현재까지 알고 있는 또는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에 기초해 겸허히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그것이 가장 과학적인 정책 방법이며 과학에 부여되는 합리성, 논리성, 그리고 우리가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과 오류가 있더라도 과학의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길이다. 언제든 반증에 의해 도전받을 수 있지만, 또 다른 반증으로 그 도전을 물리칠 수 있는 것, 그것이 과학의 힘이다. 그리고 과학적 정책의 힘이 될 것이다.

오영민 환경부 갈등조정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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