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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산책] 보는 것과 감상하는 것

2021-02-23 기사
편집 2021-02-23 07: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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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황재섭 대전시립무용단 예술감독
1895년 파리의 작은 카페 '그랑'에서 뤼미에르 형제는 '시네마토그래프(Cinematographe)'라는 장치를 공개했다. 카메라와 영사기 및 인화기이기도 한 이 장치를 이용해 뤼미에르 형제는 '기차의 도착'이라는 제목의 필름을 상영했고 이듬해 정부로부터 특허를 인정받는다. 그리고 이것을 통상 영화의 탄생으로 본다. 물론 이전에도 미국의 에디슨이 '키네토스코프(kinetoscope)'라는 비슷한 장치를 고안했다. 하지만 이 장치는 한 번에 한 사람이 장치 상부의 작은 창을 통해 들여다보는 형태로 설계되었기에 극장에 모여 관람하는 형태의 원조인 카페 그랑에서의 상황과는 차이가 있다. 영사기를 통해 스크린에 비추어 여러 사람이 동시에 본다는 개념을 영화로 생각했기에 혼자 보는 것이 아닌 여럿이 모여 보는 행위를 통상 그 시작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처럼 영화는 어떤 것을 보느냐보다 어디서 어떤 형태로 보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긴 것 같다. 현재 각종 OTT서비스는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영상물을 언제든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필자도 재택근무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져 해외 드라마는 물론 지난 명작영화들도 언제든 손가락 몇 번 터치로 영화감독이 펼쳐놓은 세계로 여행할 수 있다. 급한 일이 있으면 잠시 화면을 정지시킬 수 있고, 보다가 잠이 들면 다시 돌려 이어보기를 할 수 있다. 편리한 세상이다. 하지만 감동이 줄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화면의 화질도 더 좋고 음향도 대부분 5.1채널로 풍부하다. 늦은 밤 적절한 조명과 편안한 자세 등 영화에 집중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어도 무언가 아쉬운 부분이 늘 있다. 아무래도 그 이유는 화면의 크기와 비율 그리고 홀로 관객이 되는 환경 때문 아닐까 생각된다. 시네마스코프 방식으로 촬영된 영화를 가정용 tv화면으로 담아내기에는 잘려 나간 부분은 그렇다 하더라도, 극장에서 상영될 목적으로 촬영된 피사체를 몇 미터 앞 tv화면으로 구현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마치 '디카프리오'에게 아카데미 연기상을 안겨준 영화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를 비행기 좌석 등받이에 박혀있는 작은 화면으로 보는 느낌이랄까? 자막까지 있다고 생각하면 화면 속 웅장한 자연의 영상은 더욱 작아지니 '루베즈키' 촬영감독의 명성을 확인할 길이 없어지는 상황이다. 무용은 영화처럼 줌인을 통해 인물의 얼굴이나 작은 소품들을 다양한 색감으로 보여줄 수 없지만, 오히려 언어가 없이 빛과 음악 그리고 무용수의 신체만으로 안무자의 의도를 표현해야 하기에 영화보다 더욱 세밀한 상징이 필요하다. 필자는 안무방법론에 있어 영화의 제작방식을 많이 차용하여 작업한다. 영화의 시나리오가 있듯 우선 무용작품의 대본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드라마투르기라는 작품 주제와 줄거리를 디자인하는 전문가와 협업할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내 작품은 오로지 내가 써야 한다는 지론 때문에 대본은 늘 나의 몫이다. 또한 영화의 콘티처럼 안무노트에 나만의 방식으로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스케치한 부분도 영화제작방식과 비슷하다. 이렇듯 영화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방식으로 무용공연은 올려지게 된다. 그렇게 진행된 지난 1년간의 공연 형태는 방역상황에 따라 비대면과 대면을 오가며 여러 가지 경험을 하게 했다. 시네마스코프 방식으로 촬영된 영상을 TV로 보면 감독이 전하는 온전한 메시지를 화면을 통해 보여주기 힘들다. 무용의 온라인공연도 한 시공간에서 관객과 함께 숨 쉴 수 없기에 영상을 통한 공연관람은 안무자의 의도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건 함께 한 공간에 모여 작품을 감상하는 행위이다. 영화이든 무용이든 말이다. 영화나 무용 영상을 집에서 간식과 함께 누워서 보는 것만큼 편한 상황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필자는 공연이나 영화 시작 전 많은 사람들로 북적한 극장 로비에서 고개를 돌려가며 티켓을 확인하는 모습이 그립다. 관람 시간에 늦어 화장실도 미리 못갈까 총총걸음 뛰는 모습도 보고 싶다. 급하게 피워 옷에 밴 담배 냄새를 불쾌해할까 공연 전 미리 사둔 껌도 확인해야 하고 하우스 라이트가 꺼지기 전 팸플릿을 빠르게 읽어야 했던 기억도 그리운 지금이다. 사람들과 부대끼며 영화나 공연을 보고 싶다. 사람이 만든 사람의 이야기는 사람들과 함께 봐야 보는 행위가 감상이 되기 때문이다. 황재섭 대전시립무용단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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