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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포럼] 플라스틱과 인류의 공존

2021-02-23 기사
편집 2021-02-23 07:4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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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최원춘 한국화학연구원 부원장

현대는 플라스틱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플라스틱은 우리 사회생활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플라스틱은 강하고, 가볍고, 질기며, 또한 쉽게 분해되지 않는 특성이 있으며 이러한 장점 때문에 생활용 소재부터 산업용 소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사용되면서 인류문명을 발전시켰다. 그러나 과유불급의 사용으로 플라스틱 소재는 각종 해양 미세플라스틱의 증가, 폐플라스틱 무단투기, 폐기물의 불완전 연소에 의한 대기오염 발생 등 심각한 환경오염의 원인으로 대두되고 있어, 플라스틱 사용의 시대적 위험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플라스틱은 대부분 미생물이 분해할 수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 자연에서 분해되는 시간이 매우 길고, 생산량과 폐기물의 양도 많다. 1950년부터 2015년까지 플라스틱 생산량은 83억 톤에 달했으며 이 중 78%인 63억 톤이 쓰레기로 폐기됐다. 하지만 이 중 9%만 재활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지(Nature Geoscience 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미세플라스틱으로 오염된 지역 2위와 3위가 각각 인천 및 낙동강 하류로 밝혀졌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전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사용 규제와 국제적 합의가 진행 중이다. 2019년 5월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바젤협약 당사국 총회에서는 187개국 대표들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다른 나라의 동의 없이 수출하는 것을 막기로 했다. 국내에서도 1회용 플라스틱에 대한 전면 혹은 부분 사용 금지 정책이 제시되었다. 1회용 컵, 용기, 접시, 비닐봉투, 칫솔 및 치약 등에 대해 사용을 금지하는 직접규제와 비용을 부과하는 간접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의 감염병 확산과 더불어 1회용품 사용이 급증하는 가운데 플라스틱 제로화의 현실성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아침에 시계의 알람을 누르고, 세안하고, 출근 후 커피를 마시고, 노트북 스마트폰을 이용해 업무를 하고, 다시 퇴근해 집에 들어와 침대에 누울 때까지 우리는 플라스틱을 접하지 않는 시간이 거의 없을 것이다. 특히 플라스틱을 아예 사용하지 말자는 주장은 플라스틱의 범위를 일회용품으로 한정시킨 선입견화된 주장일 수 있다. 자동차에는 플라스틱이 최대 30%까지 차지하고 있다. 보통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것을, 단순히 일회용품을 쓰지 않고 조금 불편함을 감수하는 정도로 생각하지만, 우리 주변에 오히려 플라스틱 아닌 것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불편한 진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과연 플라스틱과 화학기술, 인류와 환경의 공존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봐야 한다. 화학계는 이미 1990년대에 환경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화학자 폴 아나스타스와 존 워너는 '녹색화학' 개념을 주창하고 12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12가지 원칙에는 '사람의 건강과 환경에 덜 해로운 물질을 사용하고, 덜 해로운 물질이 생기는 합성법을 개발해야 한다', '화학제품은 사용한 후에 해롭지 않은 것으로 분해되도록 고안돼야 한다.' 등이 포함되어 있다. 플라스틱을 제조할 때 친환경적이면서 사용 후 자연으로 환경오염 없이 돌아갈 수 있는 친환경 플라스틱 기술이 이에 해당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화학연구원 바이오화학연구센터에서 개발한 생분해성 비닐봉지가 있다. 이 비닐봉지는 땅속에서 6개월 이내에 100% 썩는다.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는데도 잘 찢어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기존의 석유계 비닐봉지보다 강도가 더 세다. 현재 국내 기업에 기술이 이전되어 상용화를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머지않아 시장에 선보일 전망이다.

플라스틱은 인류의 풍요롭고 건강한 삶을 가능하게 했지만, 이제는 인류와의 공존을 위해서 환경 친화적인 생분해성 바이오플라스틱 기술,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하고 유용한 자원으로 탈바꿈시키는 기술개발로의 전환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최원춘 한국화학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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