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처음으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대응하기 위한 정의로운 전환기금이 조성된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 기금은 충남도 조례를 통해 100억 원 규모로 조성돼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용도로 쓰이게 된다. 에너지 전환에 따른 지역 영향 분석, 고용승계, 재취업 훈련, 취업 알선, 해당 지역 기업 유치, 주민 복지 등에 사용된다. 이번 조례 제정은 국가 에너지 정책 변환 등 시대적 흐름에 따른 적절한 조치로 볼 수 있다.

화력발전소는 오랜 기간 국가 경제 발전을 견인해왔지만 최근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주범으로 지목됐다. 우리나라 에너지원별 전력생산의 3분 1을 차지하고도 이런 부작용 때문에 문을 닫아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국민들 사이에 대기오염의 주범인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자는 공감대는 이미 형성됐다. 문제는 화력발전소가 폐쇄되면 해당 지역의 일자리와 인구, 지방세 감소 등의 피해가 뒤따른다는 점이다. 충남은 전국 석탄화력발전소 60기 중 절반인 30기가 위치해 있어 전국에서 탈석탄의 피해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지역이다. 화력발전소를 중심으로 수십 년 간 유지됐던 지역경제는 하루아침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충남도는 때맞춰 보령화력 1·2호기 폐쇄를 앞둔 지난해 말 조례 제정과 친환경 자동차 튜닝산업 생태계 조성 등 탈석탄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당장 기금도 마련하기 전에 올해 1월 1일 보령화력 1·2호기가 폐쇄되면서 일자리가 사라지고,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보령화력 1·2호기 근로자는 물론이고, 협력업체들도 종국에는 떠날 수밖에 없어 수십 년 동안 발전소를 중심으로 유지됐던 지역경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부작용은 비단 보령화력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충남에서는 오는 2032년까지 총 14기(보령 4, 당진 4, 태안 6기)가 폐쇄된다. 보령시는 산업위기 대응 특별지역과 중소기업 특별지원지역 지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정부는 아직도 이렇다 할 대책이 없다.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은 필요하지만 고용대책이 따르지 않는다면 단순 구조조정에 불과하다. 정부는 에너지 전환 정책의 당위성만을 앞세워 충남 지역민들이 입게 될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화력발전소 주변 지역 주민들은 이미 수십 년 간 미세먼지 등으로 다양한 유형의 피해를 보고 있다. 지자체 차원의 대책도 필요하지만 정부차원에서 적극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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