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소득 감소세 속 소득 하위 20% 적자 폭 커져
일자리 질 악화… 고용률 0.8% 감소까지
쌀, 시금치, 사과, 달걀 등 장바구니 고공행진 여전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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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서민 가계경제에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다. 여기에 소득은 제자리걸음 하는데 빚은 늘고 고용의 질마저 떨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갈수록 견고해지면서 서민 가계가 위협받고 있다. 기록적인 장마와 한파 등의 영향으로 서민들이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는 오를 대로 올랐다. 국제유가와 해외 원자재 가격이 상승 추세를 그리고 있어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통계청의 `2020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가구당 근로소득은 340만 1000원으로 전년 동기(341만 9000원)보다 0.5% 감소했다. 특히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지난해 4분기 근로소득은 59만 6000원으로 2019년 4분기(67만 5000원)대비 13.2% 감소했다. 소득 감소가 이어지며 전국 2인 이상 가구 중 1분위 가구 적자 비율은 50.7%에 달했다. 1분위 가구 중 절반 넘게 수입보다 소비지출이 많았다는 얘기다.

가계 빚은 크게 늘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생활고와 경영난을 겪는 가계와 기업이 대출을 늘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연말 한국은행이 공개한 `금융안정 상황(2020년 12월)` 보고서를 보면 가계부채가 3분기 말 1682조 1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7% 늘었다. 주택담보대출과 기타대출(신용대출 포함)이 각각 7.2%, 6.8% 증가했다. 3분기 말 현재 가계 신용은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101.1%로 2분기(98.6%)보다 2.5%포인트 올라 사상 처음 GDP를 웃돌았다.

일자리 질 악화도 서민들의 고단한 삶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펴낸 `2020년 고용동향 특징`을 살펴보면 장시간 일자리는 감소하고, 단시간 일자리는 증가했다. 지난해 주당 평균 취업시간이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2011만 2000명으로 전년보다 120만 3000명(5.6%) 감소한 반면,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595만 6000명으로 55만 4000명(10.3%) 증가했다. 외환위기를 겪던 1998년(165만 명 감소) 이후 최대 규모라는 것이 한경연의 설명이다. 실업자 수는 대졸이상은 1000명 감소한 반면, 중졸은 7000명, 고졸은 3만 2000명이나 증가했다. 고졸 실업자가 전체 실업자의 70%를 차지한 셈이다. 2020년 고용률은 60.1%로 전년 동기 대비 0.8% 포인트 감소세를 보였다.

역대급 장마에 한파·조류인플루엔자(AI) 등이 겹치며 서민 식탁에 주로 올라가는 채소, 육류 등은 물론, 쌀 가격까지 오름세를 보이며 상차림 비용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해외발 원자재 및 유가 상승도 물가 상승세를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이날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농수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달 들어 대전 지역에서 거래되는 쌀 20㎏ 기준 평균 소매가격은 6만 780원으로 전년 같은 달(5만 3674원)에 견줘 11.7%(7106원) 올랐다. 같은 기간 시금치(1㎏)도 4847원에서 5731원으로 15.5% 상승했다. 배는 10개 들이 한 상자가 5만 1959원에 거래되며 지난해 같은 기간(3만 1848원)에 비해 두배 가까이 급등했다. 건고추, 깐마늘, 양파, 사과 등도 같은 기간 상승폭을 키운 신선식품이다. 축산물 소매가격도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쇠고기(100g·1등급)의 경우 평균 6200원에 거래되며 전년(4850원)에 견줘 21.8%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AI 확산 영향을 받은 달걀(30개·중품)은 같은 기간 19.7% 급등했다.

전업주부 이모(41)씨는 "수입은 변함이 없는데 지출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며 "10여 년간 가계를 이끌어오며 요즘처럼 힘든 시기는 처음"이라고 답답해 했다. 직장인 송모(31)씨는 "회사에서 초과근무, 특근을 금지시키며 270만 원 가량이던 월급이 200만 원을 넘지 못하고 있다"며 "외벌이로 3인 가족이 생활했는데 월세, 식료품, 차량 유지비 등으로 한 달에 220만 원이 훌쩍 넘게 지출된다. 정말 생존을 위해서만 지출하고 있는데 적자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임용우·정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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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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