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일 보령시장
김동일 보령시장
인류가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부터 자족적인 조직은 생겨났다. 사회를 형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조직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이제는 너무 세분화되어 조직을 관리하는 조직이 있을 정도로 발전해 왔다.

거의 모든 사람은 사회화되는 과정에서 조직의 일원이 되며 평생 다양한 조직의 구성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보통 조직은 자원의 총화로 정의된다. 조직은 자원을 이용하고 분배하는 것에 대한 규칙을 설정하며 이러한 공식적인 규칙의 총합이 조직 구조이고, 조직 구조는 집약된 자원이 조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어떻게 사용되어야 할지를 정의한다.

필자 역시 여러 조직에 몸담고 거쳐 오면서, 조직의 형태, 구조, 가치가 다양하게 변화되고 발전해 오는 과정과 함께했다.

이러한 가운데 가장 우선적인 고민은 언제나 조직의 내재화에 관한 것이었다. 그중에서도 조직의 핵심가치 내재화는 화두와 같은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핵심가치 내재화란 일하는 원칙과 기준이 되는 핵심가치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조직 대부분은 전면에 내세우는 비전이나 임무, 가치들이 있다. 초년생 시절에는 이를 인식하고 공감한다. 하지만 해가 지날수록 내재화에 필요한 활동은 줄어들고 선임 조직원들의 부정적인 모습에 동조되기 시작한다. 필자 역시 이런 과정을 거쳐왔다.

통상적으로 일에는 긴급성과 중요도에 따라 4가지로 분류한다.

첫째, 긴급하고 중요한 일. 둘째, 긴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 셋째, 긴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 넷째, 긴급하지도 않고 중요하지도 않은 일이다.

핵심가치 내재화는 이 중에서 `긴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조직에서의 일반적인 업무는 대부분 긴급하고 중요하거나 긴급한 일을 처리하는데 몰두하게 된다.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 처리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핵심가치는 감동, 신뢰, 열정, 도전, 성실 등 추상적인 단어로 바쁜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로 들리기 때문이다.

지속하여 온 조직의 문화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변화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말로만 변화를 외치고 행동은 예전과 같다면 사람들의 시선은 냉소적으로 변한다. 한편에서는 현실을 모르는 이상적인 소리라고 코웃음 치기도 한다.

현재는 디지털 시대이다. 아날로그 시대를 지탱하던 조직은 디지털 사회를 담는 그릇으로는 적당하지 않다. 당연히 시대가 변하면 조직도 변해야 한다. 바로 이 지점이 그동안 우리가 자발적으로 실현하지 못했던 조직의 핵심가치를 내재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디지털 사회는 연결과 오픈이 핵심이다. 위에서 아래로의 시스템은 붕괴하고 지식과 경험으로 명령하고 통제하는 조직은 자멸하고 있다. 정보는 독점에서 공용으로 모두에게 열려있다.

이제 우리가 핵심가치를 내재화하고 행동으로 실현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진정성과 자발성이다. 어느 조직이든 핵심가치는 이미 존재한다. 이 가치가 내가 속한 조직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여 행동 원칙을 만들고 전체에 배포하고 지속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스스로 돌아볼 수 있게 질문하고 상기시켜 주는 멘토링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이렇게 행동 양식이 구체화하면 이제는 조직의 구성원을 믿고 신뢰해야 한다.

작금의 사회는 여유와 문화를 즐기는 삶, 일과 가정을 동시에 중요시하는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조직을 이끄는 기성세대와 청년세대의 갈등은 더욱 심화할 것이다.

그러므로 의식을 통일하는 핵심가치 내재화, 직원들의 일반적인 행동과 조직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변화시키는 조직문화 활동은 현대 조직이 만들어가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에 해당한다.

조직 구성원이 하는 일 중에 긴급하지 않고 중요하지 않은 일은 없다. 하지만 조직 구성원 모두가 조직의 핵심가치를 알고 내재화가 되어 있다면 모두가 직원인 동시에 모두가 과장이고 국장이고 시장이 될 것이다. 조직이 한 목소리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핵심가치와 실천가치를 내재화하는 과정이 절실히 필요하다. 김동일 보령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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