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도 단위 광역 중 공항 없는 충남도
정치 힘 논리 국가 정책 기조 오락가락
도민 자존심 살릴 충남 정치권 힘 결집

박계교 충남취재본부장
박계교 충남취재본부장
몇 해 전 일이다. 기획 취재 차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에 간 적이 있다. 자가용으로 서산시에서 쉬지 않고 2시간 남짓 달려 인천공항에 다다랐다. 일반적으로 2시간 전 공항에 도착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최소 4시간 이상 부지런을 떨어야 했다. 이렇게 많은 시간을 들여 인천공항에서 목적지인 웨이하이공항까지 비행기를 탄 시간은 불과 1시간 10분이다.

전국 도 단위 광역지자체 중 유일하게 공항이 없는 충남도. 이런 사정 때문에 충남도민들은 인천공항까지 최소 2시간에서 많게는 3시간 정도 걸리는 게 현실이다. 인천공항까지 거리를 보면 천안시 130㎞, 아산시 120㎞, 서산시 140㎞, 태안군 160㎞, 당진시 120㎞, 공주시 180㎞, 내포신도시 145㎞ 등으로 너무 멀다. 멀미날 지경이다. 볼멘소리가 안 나올 수 없다

충남도와 서산시가 이러한 도민들의 불편을 해결할 수 있는 곳으로 지목한 곳이 서산시 해미면에 있는 공군 제20전투비행단(이하 20비)이다. 군 비행장을 이용하자는 것.

20비에서 민항이 뜰 경우 도민들의 공항 접근이 수월, 시간·경제적 비용 절감이 눈에 띈다. 20비에서 충남도청이 있는 내포신도시까지 30㎞를 비롯, 태안군 29㎞, 당진시 36㎞, 공주시 77㎞ 등 충남도 일선 시·군 대부분에서 70㎞ 안팎으로 접근이 가능하다. 20비가 서해안고속도로 해미IC까지 6㎞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것도 도민들의 접근성 장점이다.

무엇보다 20비를 활용했을 때의 경제성이다. 11.9㎢ 면적의 20비는 김포공항 7.3㎢보다 규모가 크고, 길이 2743m와 폭 46m의 활주로 2개가 있다. 이 활주로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별도의 활주로 건설 등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지 않아 돈이 덜 먹힌다. 여객터미널과 계류장, 유도로, 진입도로, 주차장 등 공항 구색을 갖추는데 필요한 예산은 500억 원을 바듯 넘기는 수준이다. 이마저도 정부가 허락을 해준다면 충남도가 진입도로를 뚫는데 필요한 80억 원을 자체 예산으로 처리하려 마음을 먹은 터라 건설비용은 그 만큼 더 줄어든다. 지난해 착공한 `울릉공항` 예산 6651억 원을 감안하면 속된 말로 껌값이다.

국토부가 2017년 진행한 `서산군비행장 민항시설 설치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용역`에 따르면 서산 민항 건설 사업은 BC가 `1.32`로 `1`을 상회, 경제적 타당성이 충분한 것으로 나왔다. 항공수요는 연간 37만 8000명, 생산유발 506억 원, 부가가치 158억 원, 일자리 224명 등으로 보고 됐다. 공항 건설 후 들어설 연관 산업은 두말 할 것도 없다.

이 사업은 지난해 타당성을 인정받아 국토교통부 심의를 거쳐 기획재정부에 넘겨졌으나 예비타당성 대상 심사에서 제외 됐다. 서산공항 노선이 제한적이다 보니 주 항로인 제주도 노선이 과포화인 상황에서 제주 제2공항 개항에 맞춰 서산공항 건설이란 정부의 정책 테두리에 묶인 형국이다. 적자를 면치 못하는 지방공항 상황과 코로나19 사태도 정부가 정책을 미루는데 한 몫 거들었다.

근데, 될 듯 말 듯 공전만 거듭하는 이 사업을 보다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영남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덕도 신공항` 얘기에 짜증과 화가 나는 이유는 왜일까? 어떤 정치적 목적의 유불리에 따라 국가 정책기조가 오락가락 하는 것이 납득이 안 되지만 부정할 수 없는 힘의 논리에 뒷맛은 늘 텁텁하다. 10조 원의 국책사업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그 힘 앞에 500억 원도 받아내지 못하는 무기력한 초라함에 한숨만 나온다. 항공서비스 소외지역이니, 국가균형발전이니, 하는 공항건설의 당위성은 공허함만 준다.

이쯤 되면 자존심 문제 아닌가? 충남은 사람 사는 곳이 아닌가? 충남 정치권에 따져 묻는다. 도민들의 자존심을 살려라.

박계교 충남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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