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자마자 보란 듯이 전국 곳곳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지난 17일 0시 기준으로 하루 621명으로 집계돼 38일 만에 다시 600명대로 올라섰다. 15일부터 수도권에서 2.5단계에서 2단계로, 비수도권에서 2단계에서 1.5단계로 거리두기를 하향 조정했는데 불과 이틀 새 이런 일이 벌어졌다. 설 연휴 기간 검사를 받지 못한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확진자가 증가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결과론적이기는 하지만 이틀만 더 기다렸어도 거리두기 단계를 대책 없이 낮추지는 않았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설 연휴를 지나면서 신규 확진자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사실은 얼마든지 추측 가능했던 일이다. 설 연휴 기간 모임과 여행 등으로 사람 간 접촉이 증가했을 것이고, 그러면 감염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 같은 사실을 뻔히 짐작하고도 거리두기 단계를 낮춘 것은 섣불렀다고 볼 수밖에 없다. 연휴 직후 거리두기 단계를 내린 것은 결국 악수(惡手)로 판명 났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3차 대유행이 확실하게 진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적절하지 않은 조치이다.

무엇보다 설 연휴 직후에 내린 거리두기 완화 조치는 시민들에게 그릇된 신호를 줄 수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3차 대유행이 상당기간 지속되고 있는데도 시민들은 상황이 좋아지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개인 방역을 등한시할 수 있다. 실제 새벽 5시부터 문을 연 클럽에서는 마스크 쓰기와 춤추기 금지 등 방역수칙을 무시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벌써 일부 음식점에서는 5인 이상 모임 금지와 2m 거리두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코로나19가 더 확산돼 4차 대유행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경고음에 더더욱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앞으로 자율과 책임원칙으로 방역조치를 완화하려는 정부의 움직임도 문제가 있다.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돼 고위험군에 대한 접종이 완료될 때까지는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된다. 방역조치 장기화에 따른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모르는바 아니지만 실기하면 더 큰 화를 부를 수가 있다. 뭐든지 타이밍이 중요하다. 정부와 방역당국은 이번에는 뒷북을 치지 말고 한 발 앞선 조치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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