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화 건양대병원 간호부 팀장
김현화 건양대병원 간호부 팀장
순우리말인 `마실`은 마을의 방언이었으나 2015년 국립국어원에서 `이웃에 놀러 다니는 일`의 의미에 한해 표준어로 인정했다. 엄밀히 따져보면 마실이란 단어를 자주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누군가와 대화를 하거나 책이나 신문을 읽다가 마실이라는 단어를 만나면 왠지 마음이 풋풋해진다. 향긋한 봄 내음처럼 설렘이 생기고 기분도 좋아진다.

지난 한 해 가장 많이 `대면`했던 단어 중 하나는 `비대면`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이웃집 방문이나 모임, 여행도 실천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외출이 지양되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사람들은 스트레스가 쌓이게 된다. 이를 `코로나 블루`라고도 하는데, 코로나19와 우울증의 합성어이다. 코로나 블루는 일반 국민들뿐만 아니라 코로나19와 가장 가까운 현장에서 일하는 의료진과 공무원, 자원봉사자 등도 겪을 수 있고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4월 `감염병 심리사회방역 지침`을 제작 배포해 대상자별 대응책을 제시했는데, 그 내용을 숙지해놓을 필요가 있다. 특히 의료진은 심리적인 소진에 이를 수 있어 주위 사람들과 소통해 재난 피해를 치료하며 겪는 스트레스인 `대리 외상`을 대비토록 주문하고 있다. 의료기관은 개인 보호장비를 충분히 확보하고 감염병 교육을 통해 업무를 심도 있게 파악할 것을 심리 사회적 방역지침으로 제시한다. 영·유아와 노인 등 감염 재난 취약계층에 대해 각 가정마다 영·유아의 정서 상태를 잘 인지하고 감염 예방을 위한 활동을 가족들이 함께해 양육자의 소진도 대비하도록 하고 있다. 노인은 자신의 신체 변화나 감염병 의심 증상이 있는지 잘 살피고 심리적·사회적으로 안정을 취할 것이 요청된다.

이와 함께 `코로나 19와 함께하는 마음건강 지키는 7가지 수칙`도 제시됐다. 첫 번째, 코로나로 인해 변화된 일상을 받아들일 것을 당부한다.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피로감과 우울 등을 느끼는 것은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정상적인 과정이다. 두 번째, 지나친 걱정은 금물이다. 방역지침을 숙지하고 일상에서 실천하면 되고 잘못된 정보나 보도로 인해 과도하게 불안해질 필요가 없음을 강조한다. 세 번째, 규칙적으로 생활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일정한 시간에 잠을 자고 깨는 것이 정신 건강을 지키는 데 매우 중요하다. 네 번째, 마음이 즐거워지는 취미나 여가를 가져볼 것을 권장하고 있다. 다섯 번째, 스트레칭·걷기·운동 등 규칙적인 신체 활동도 주문한다. 여섯 번째, 가족과 친구 등 주변 사람들과 영상통화나 이메일 등을 통해 소통을 이어가고, 마지막 일곱 번째로는 힘들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피해자나 가족들이 치료·격리 기간에 받는 스트레스는 이상한 것이 아니며, 필요 시 정신보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것을 권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의 평범한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기는 당분간 쉽지 않을 듯하다. 다만 위기 극복을 위해 차분하고 이성적인 대응이 필요한데, 자신과 주변인의 스트레스를 적절히 관리해 신체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 건강도 함께 챙길 필요가 있다.

의료 현장에 있으면서 느끼는 것은 가족 간 갈등도 우울증도 예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관심과 배려는 위기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코로나 시대에 맞는 자신만의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도 있을 법하다. 안부 전화를 자주 하거나 저녁식사 뒤 가벼운 산책도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덜어내는 수단이다. 물론 코로나 전파 상황에 귀를 기울이고 방역수칙을 잘 지키면서 말이다. 초봄이다. 향긋한 봄바람 원 없이 마시며 편하게 마실 갈 날이 속히 오길 기대해본다.

김현화 건양대병원 간호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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