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이미 빌게이츠, 워런 버핏 등 자산가들이 생전에 거액 재산을 출연해 도덕적 의무를 실천하는 전통과 문화가 자리잡았다. 이들은 자신이 쌓아 올린 부가 본인의 능력이 아니라 사회와 구성원들의 도움으로 이룩한 것이라는 정의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되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그동안 한국은 재벌들에게 기부란 어색한 단어였다. 재벌들은 사법처리 대상이나 사회적 지탄을 받을 때 동정심을 얻기 위해 임시방편적으로 기부라는 수단을 이용하곤 했다. 국내 재벌 총수들은 특히 불법·편법으로 부와 경영권을 대물림하는 관행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허울 좋은 공익재단 출연도 사회적 기부처럼 보이지만 불법과 편법의 연장선이다.
코로나19로 어느 때보다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천길 낭떠러지로 내몰리고 있다. 정부에서 지원금을 통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한계가 명확해 보인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코로나19 펜데믹 속에서도 수출이 폭발적으로 느는 등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코로나19로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 모든 나라에서 똑같이 발생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나누며 함께 풍파를 헤쳐 나가야 한다. 최근 이익공유제도 하나의 방편으로 제기됐으나 강제성 논란으로 힘을 잃은 상태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재벌들의 부는 자신들만의 결과물이 아니다. 모든 국민들이 애용하고 응원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요즘이 빚을 갚을 좋은 기회다. 이번 김 의장의 기부가 국내에도 노블레스 오블리주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 진광호 지방부 충주주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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