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종식시키기 위해 백신만이 정답인 줄 알았는데 정작 백신 접종을 앞두고서는 "난 안 맞겠다"는 사람이 많다. 대전시가 한 여론조사업체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놀랍게도 대전시민 10명 중 7명 꼴로 백신의 안정성이 검증돼야 접종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이 설문조사는 코로나19 백신이 대전시민들의 신뢰를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백신 접종에 따른 불안감은 대전시민 만의 일이 아니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 국민적 사안이다.

설문조사에서 보듯 이달 말이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지만 백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만연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달 24일부터 순차적으로 공급되는 아스트라제네카(AZ)백신은 안정성이 입증됐지만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는 얘기가 다르다. 고령층 임상시험 참가자가 부족해 효과 확인을 위해서는 좀 더 기다려야 상황이다. 그렇다고 코로나19에 취약한 노인층을 제외하고 건강하고 젊은 사람부터 백신 접종을 하는 것도 옳은 일이라고 볼 수 없다. 외국의 사례는 국민들의 판단을 더욱 헷갈리게 만든다. 영국은 모든 성인들을 대상으로 AZ백신 접종을 사용승인했지만,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의 일부 국가들은 접종 연령을 65세 미만으로 제한했고, 폴란드는 60세 미만으로, 벨기에는 55세 미만으로 권고한 상태다.

정부와 방역당국은 백신 접종도 중요하지만 먼저 국민들의 불안심리를 잘 파악하고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국민들 사이에는 처음 경험하는 코로나19 접종을 꺼리는 심리가 만연하고 있다. 다른 사람이 먼저 접종하고 괜찮으면 그때서야 내 차례라는 생각이다. 이럴 때일수록 사회 지도층이 앞장서 국민 불안을 해소해 줄 필요가 있다. 과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시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닭고기·오리고기 시식은 만연한 사회불안을 해소하는데 기여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비단 대전만의 일이 아닌 만큼 전국의 사회지도층들이 직접 나서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허태정 대전시장이 이런 분위기를 알고 자신이 가장 먼저 백신 접종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해 주목을 받고 있다. 허 시장의 발언은 시의적절해 보인다. 시장이 먼저 나서 백신 접종을 하고 안정성을 입증해 보이면 주저하는 시민들이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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