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호 목원대 산학협력단장
정철호 목원대 산학협력단장
신축년 새해가 시작된 지 한 달 남짓 지났다. 보통 새해가 되면 `계획한 일 모두 잘 성취하길 기원한다`며 덕담을 전하곤 한다. 아마도 사람들이 새해가 되면 1년 동안 꼭 하고 싶은 일, 이루고 싶은 일 등 마음을 다지고 나름의 계획을 세우기 마련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로 올해는 1년 계획은 커녕 한 치 앞을 내다보기도 어려운 상황인 것 같다. 요즘 흔히들 얘기하는 `뷰카 시대`라 할 수 있다. 뷰카(VUCA)는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의 영문 머리글자를 모아 만든 신조어로 그야말로 예측불허의 상황을 의미하는 것이다.

최근 인공지능, 빅데이터, 지능형 로봇 등으로 대표되는 스마트 ICT 기술이 생활 곳곳에 스며들면서 모든 산업 분야에서 대대적인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지난해 초부터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 일상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고, 비대면 시대로 급속한 전환이 이뤄지면서 사회경제 전 분야에 걸친 변화가 뉴노멀(new normal)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이처럼 새로운 기술과 생활방식이 일상화 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과거의 지식과 경험 등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예로부터 우리 사회의 비약적인 성장은 새로운 기술의 발명과 함께 이루어져 왔다. 18세기 중반 증기기관의 발명과 함께 도래한 1차 산업혁명으로부터 200여 년이 흘러 이제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지능정보기술로 촉발된 4차 산업혁명에 이르기까지 혁신적인 신기술이 이끈 거대한 변혁의 시대를 경험해왔다. 산업혁명이라는 것은 기존의 제품이나 기술보다 좀 더 나은 것이 아닌, 과거의 가치를 파괴하고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혁명적 변화는 언제나 과거의 관습과 방식을 대체하는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창조적 파괴는 미국의 경제학자인 조지프 슘페터(Joseph A. Schupeter)가 1912년 저술한 `경제발전론`에서 기술의 발달에 경제가 얼마나 잘 적응해 나가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제시했던 용어다. 이는 기업가의 창조적인 기술혁신을 통해 기존의 시장구조가 파괴되며 재편되는 현상을 말하는데, 기술혁신으로 낡은 것은 파괴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여 변혁을 일으키는 과정을 설명한다. 슘페터는 기업의 이윤에 대해 혁신적인 기업가의 창조적 파괴행위, 즉 기술혁신을 성공적으로 달성함으로 인해 얻게 되는 정당한 대가라 했다.

창조적 파괴는 높은 불확실성과 위험을 필연적으로 수반한다. 하지만 시의적절한, 그리고 잘 준비된 창조적 파괴는 새로운 신산업과 블루오션을 창출해 왔다.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과거에 없던 시장을 만들 수 있다면, 이는 시장의 선점과 큰 이익의 추구로 이어질 수 있다. 1980년대 매킨토시에 이어 아이맥, 아이팟, 아이폰, 애플워치 등 혁신제품을 잇달아 히트시키며 시장의 변화를 주도한 애플은 혁신의 아이콘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과거 한때 휴대폰 시장 최강자로 군림했지만 스마트폰 환경으로 제때 전환하지 못한 노키아, 디지털카메라를 최초로 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혁신을 실행하지 못해 시장에서 도태된 코닥, 워크맨으로 전 세계 음반시장을 주도했지만 현재는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소니 등의 사례는 혁신의 실패가 가져다 준 참담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 2005년 작고한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 교수는 한때 한국의 기업가정신을 단연 세계 최고라 칭송한 바 있다. 현재 우리는 4차 산업혁명, 코로나19 등 과거 경험해 보지 못한 엄청난 변혁의 시대를 살고 있다. 급격한 변화와 불확실성, 그리고 복잡하고 모호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 답은 과거의 관습과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과감히 변화를 주도하는 `창조적 파괴`의 기업가정신이 아닐까 생각한다. 정철호 목원대 산학협력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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