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찬 바른건축사사무소 대표
강영찬 바른건축사사무소 대표
설 연휴다. 코로나19로 예전 같지 않은 명절을 보내야 하는 마음은 씁쓸하기만 하다.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과의 정겨운 이야기와 맛있는 음식, 훈훈한 정이 넘치던 설 풍경을 금년에도 보기 힘들게 되었다. 다가오는 추석에는 코로나19에서 벗어나 우리가 알고 있던 흥겨운 명절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

모처럼 만난 가족이 모이면 건강, 학교, 결혼, 사업, 집, 자동차 등 우리들의 다양한 삶이 화두가 된다. 물론 듣기 좋은 말도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부담되는 말도 있게 마련이다. 요즈음에는 특히 주식과 집값이 아닐까. 그 중에서도 집값! 부동산 정책은 마구 쏟아지고, 이에 따라 집값은 `억억` 소리를 내며 서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대중 매체에서 `억`이라는 단위가 너무 자주 나와 그 금액에 대한 개념이 많이 무뎌지게 된 것도 현실이다.

2017년 5월부터 18개월이 지나갈 때 까지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2억 원 이상 상승하였고, 특히 강남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5억 원 이상 올랐다고 하는 불균형이나, 지금까지 25번 이상 발표되어 시행되고 있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2019년 공영방송에서 대한민국은 가계자산의 75% 이상을 부동산 투자에 사용하고 있고 부동산 자산비율이 중국 74%, 대한민국 62%, 미국 30% 라는 보도를 접한 적이 있다.

무엇이 이토록 집에 대한 욕심과 투자를 만들고 있는 것일까.

`衣食住` 사람이 생활하는 데 기본이 되는 옷과 음식, 집이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겠지만 우리가 살아가는데 그 기본적인 성격은 변함이 없다.

다만 `住`는 살아가는 공간이기 보다는 투기를 통해 부를 늘려나가는 수단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 마음 아플 뿐이다.

건축은 삶이고 문화이다. 주택은 잠을 자고 쉬는 공간, 상가는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 사무소는 업무를 위한 공간, 종교건축물은 마음의 구원을 받는 공간, 터미널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한 공간 등 다양한 모든 건축은 우리의 삶이다. 그리고 그러한 순수한 공간을 사용하고 누리면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우리의 문화인 것이다.

평당 얼마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공간에서 어떻게 하면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진정으로 우리가 살아가야 할 숙제일 것이다.

건축에 대한 중요도가 부동산의 투자가 아닌 그 `공간의 활용`에 있다고 하는 가치관의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멋지고 훌륭하다는 건축물의 기준은 모르겠지만, 안락하고 편안하며 다양한 생각을 만드는 공간에서 행복하다면 그 값어치는 돈으로 살 수 없을 것이다. 그 중요한 차이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의 사례가 있었다. 집에 대한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하라는 문제에 어른들은 주변의 상권과 교통 등을 그리는 반면 아이들은 마당에서 가족들이 뛰어 노는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아이들의 눈높이가 부러운 어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집값에만 연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우리들의 삶이 얼마나 풍요로운지를 되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필자는 건축물을 설계, 감리하고 사용승인이 처리되었다, 입주를 해도 된다는 서류를 건축주에게 전달하면서 하는 말이 있다. "이제 이곳에서 행복하실 일만 남았습니다."

그 곳에서 행복을 만들면서 살아가는 순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평당 얼마가 올라서 행복하다는 것과 같을 수 있을까. 평당 가격이 내려가면 우리는 불행해 지는 걸일까. 우리의 행복이 그렇게 평당 가격으로 결정지어져야 하는 것일까. 우리의 노력이 아닌 단순한 집값의 변동으로 삶이 달라져야 하는 것일까. 우리의 삶이 부동산 정책, 평당 가격에 휘둘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보다 더욱 중요한 인간의 근본적인 삶과 행복을 위해 공간을 활용하고 재미있게 이용하는 노력을 하면 어떨까.

이러한 마음을 가진다면 건축물을 바라볼 때 평당 개념이 아닌 건축문화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선은 우리의 삶을 더욱 행복하고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이다. 강영찬 바른건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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