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신 호서대학교 교수
이노신 호서대학교 교수
영불해저터널은 현재 운영 중인 세계 유일의 국제 해저터널이다. 또한 실제 해저 운영구간만 놓고 볼 때 세계 최장의 초장대 해저터널이다. 일본의 세이칸 터널이 세계 최장 해저터널이라고 하나 그것은 해저와 육지 운행 부분 전체를 합쳤을 때 이야기이다. 그리고 세이칸 터널은 국제터널이 아닌 일본 국내용 터널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바로 "영불해저터널은 현재 실제 운영 중인 세계 유일의 국제 해저터널"이다. 핀란드와 에스토니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아일랜드와 웨일즈,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도 국제 해저터널 건설이 수십 년 동안 논의되고 있으나, 전혀 현실화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용 해저터널과 달리, 국제 해저터널은 그만큼 당사자들이 풀어야 할 문제들이 너무나도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이다.

영국과 유럽의 금융계와 경제계에서는 영불해저터널을 "재난(Disaster)"이라고 압축해서 표현해 왔다. 영불해저터널의 파이낸싱, 건설, 운영 주체인 민간기업 유로터널의 주가는 1988년에 13.6유로였다. 그러나 11년 후인 1999년엔 1.36 유로까지 폭락했다. 유럽의 연간 평균 물가상승률 4.4%~4.8%와 연간 대출이자 8.6%를 감안하면, 주가가 상승해도 모자랄 판인데 11년 동안 거꾸로 1/10의 가치로 폭락해 버린 것이다. 착공 후 33년이 지난 최근에도 유로터널의 주가는 8.5~12.5 유로 사이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영불해저터널은 원래 민간기업인 유로터널에서 2042년도에 영국과 프랑스 양국에 국가재산으로 귀속시킬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 양국은 유로터널 기업이 2083년까지 연장 운영하도록 협의하였다. 전문가들은 영불해저터널이 자주 "실패작" 불린다고 언급하고 있다. 막대한 빚 청산과 수익구조 창출에 어려움을 겪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과 프랑에서도 빚 청산과 수익구조 창출 때까지 터널의 국가 귀속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불해저터널은 철도터널이다. ①승객 전용 기차 ②승객 차량 운송용 기차 ③물류 운반용 트럭 운송 기차 ④ 물류 운송 기차와 같이 총 4종류의 기차가 최소 30분 시간 간격으로 운행되고 있다. 이중 총 수익의 약 75%는 ③번과 ④번인 물류 운송에서 창출된다. 그만큼 물류 운송이 수익에 막대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해저 지중 터널에서는 물류 반입에 많은 제한이 따른다. 가연성, 폭발성, 독성물질이나 무기 총포류 같은 물류는 반입이 제한된다. 예를 들어 반도체 생산을 위한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는 가연성, 독성, 폭발성이므로 해저터널 기차를 통해 운반하는 것은 어렵다. 대규모의 원유 정제 물질, 화학 물질 등도 동일한 이유로 운반될 수 없는 소지가 크다.

물류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제품 생산을 위한 생산재와 판매를 위한 판매재가 그것들이다. 이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생산재 물류는 대형 벌크선으로 운송하며, 대량의 판매재도 컨테이너선 또는 대형 화물선으로 운송한다. 한국에서 생산된 현대 기아 완성차를 배를 대신하여 한중 해저터널이나 한일 해저터널 기차로 운송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터널의 제한된 공간만큼이나 여러 제약이 따르는 해저터널 운영에서 수익구조 창출과 지속적 성장은 어렵다. 당초 예상보다 두 배가 더 든 공사비, 예상보다 더 연장된 준공기일 등도 엄청난 문제였다. 영국과 유럽에서는 영불해저터널이 수익구조 개선에 실패하고 있는 3대 원인을 ① 불투명한 민관협력체계 ② 과도한 낙관주의 ③ 정치적 영향력으로 꼽고 있다. 만약 우리가 한중 또는 한일 해저터널을 구상한다면, 이처럼 국제 해저터널로는 유일한 선례인 영불해저터널을 정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노신 호서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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