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백신 개발로 바이러스의 위협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무기를 손에 쥐었다. 이전까지 바이러스에 속수무책이었다. 천연두 바이러스는 아스테카 문명을 사라지게 했다. 홍역으로 고대 아테네는 인구의 3분의 1이 줄었다. 14세기부터 창궐한 흑사병은 유럽 인구의 30% 이상을 앗아갔다. 1918~1920년 스페인 독감이 전 세계로 번지면서 제1차 세계대전 사망자보다 많은 5000만-1억 명이 희생됐다. 국내에도 무오년인 1918년에 상륙해 `무오년 역병`으로 불리며 많은 희생자를 냈다. 백신 없는 팬데믹은 전쟁이자 재앙이었다.
지난해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환자가 나왔고, 그로부터 한 달 뒤인 2월 21일 대전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 같은 달 26일에는 서구에서도 확진자(대전 7번째)가 나왔다.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가 코로나19와 전쟁을 치른 지 어느덧 1년이 넘었다. 여전히 확산세와 안정세를 반복하며 곳곳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방역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우리의 일상을 바꾸고 희생을 감수하며 치른 그야말로 치열하고도 지루한 전투였다. 그리고 이제 코로나19와의 싸움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는 것이다.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행계획에 따라 국내에서도 2월 말부터 만 18세 이상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에 들어간다. 질병관리청 지침에 따르면 1분기 의료기관 종사자, 2분기 65세 이상 고령자와 감염 취약시설 종사자의 접종이 진행되고 순차적으로 대상자를 확대하게 된다. 대전의 경우 접종 대상자는 123만 명이다. 우선 대상자 69만 명의 접종이 끝나면 일반 시민은 이르면 7월부터 접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코로나19 와의 방역 양상이 그랬듯 큰 틀에서의 계획과 방향 못지않게 현장에서의 세부적인 실행도 중요하다.
대전 서구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자치구별로 1개소의 예방접종센터가 설치되지만, 인구가 많은 서구는 도솔다목적체육관과 관저다목적체육관 등 2개소 설치를 검토 중이다. 부구청장을 단장으로 하는 예방접종 시행추진단도 이미 구성을 마쳤다. 예방접종 시행추진단은 예방접종센터 설치, 세부 시행계획 수립, 접종 대상자 관리, 위탁기관 선정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또한 전문가와 관련 협회 및 기관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코로나19 예방접종 지역협의체 구성도 완료했다.
백신 접종이 시작돼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집단면역이 형성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은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유용한 `비접종 백신`이다. 분명한 사실은 긴 어둠의 터널을 벗어나 저 멀리 빛이 보인다는 점이다. 루이 파스퇴르가 처음 사용한 백신이라는 단어는 암소를 의미하는 `바카(vacca)`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인류 최초의 백신과 관련된 소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함께 이겨낸 전우이자 동지인 셈이다. 마침 올해는 소의 해(辛丑年)다. 2021년이 코로나19 종식의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믿는다. 장종태 대전 서구청장·대전구청장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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