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호 국립대전현충원장
전종호 국립대전현충원장
올해는 유독 눈이 많이 내렸다. 눈 덮인 현충원의 묘역을 지나다 보면 시리도록 빛나는 하얀 눈 아래 묘비가, 또 그 묘비의 주인공은 춥지 않을까? 마음이 쓰인다.

어느덧 2020년을 보낸다는 생각을 했으나 벌써 한 장의 달력이 넘겨졌다. 2월의 달력 붉은 글씨의 설 명절은 유난히 춥게 느껴진다. 일 년이 넘도록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바이러스는 우리 일상에 커다란 상처를 주었고, 지금도 일상적인 삶 자체를 뒤흔들고 있다.

코로나19는 국립대전현충원의 일상도 깨뜨렸다. 해마다 설 명절 연휴에 참배객들이 차례를 지내고, 안장자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현충원으로 오셨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현충원 직원들은 참배객들이 조금 더 편하게 다녀가실 수 있도록 교통정리, 묘역 안내, 대중교통을 이용해 오시는 분들을 위한 보훈모시미(현충원 순환버스) 차량 증차 운행 등 특별근무에 나섰다.

국립대전현충원은 설 명절 연휴 기간 운영을 중단하며 올해는 안타깝게도 명절 분위기의 참배객들을 볼 수 없게 되었다. 지난해 1월 코로나19 확진자가 국내에 처음 발생된 이후, 일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연일 계속되는 확진자 발생으로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특히, 설 연휴를 앞두고 대형병원과 요양 시설 등 감염 취약시설과 직장·모임 등 일상 공간에서의 감염도 증가하고 있다. 설 명절을 앞두고 또다시 코로나 대유행 사태의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이러한 위기상항 속에 정부는 설 연휴 기간의 참배객 밀집으로 인한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고, 참배객 안전을 지키기 위해 불가피하게 국립묘지 운영을 중단하게 되었다. 국립대전현충원도 정부 방침에 따라 운영을 중단한다. 이제 더 이상 코로나 바이러스에게 한치의 틈도 내주지 말아야 한다.

이를 위해 현충원에서는 온라인 참배서비스 확대·시행하기로 했다. 코로나19로 지쳐 더욱 힘든 올해 설 명절, 국가보훈처에서 진행하는 온라인 참배서비스를 이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온라인 참배서비스는 온라인 특성상 현장감은 많이 부족하지만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밀접 접촉을 줄일 수 있는 최대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헌화 및 참배사진 전송 서비스를 적극 이용하자. 이 서비스 신청은 유가족이 안장자가 계신 국립묘지에 전화로 신청하고, 국립묘지의 집례관과 의전단이 안장자 묘소를 직접 찾아 헌화 및 참배를 드린 후 그 사진을 문자 또는 메일로 받는다.

또한 각 국립묘지 누리집을 통해 `온라인 참배`와 `추모의 글쓰기`로 아쉬움을 달랠 수도 있다. 2월 8일부터 시작된 온라인 차례상을 이용해 차례도 지낼 수 있다. 특히, 설 명절 국립묘지를 방문하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유가족들을 위해 국립대전현충원은 간부급 직원들이 현충탑에서 전 안장자 분들께 유가족을 대신해 참배를 드리고 이 영상을 우리 원 공식 유튜브 채널에 게시했다. 물론 이 모든 온라인 참배서비스가 현장에서 직접 고인을 찾아뵙는 것과 견줄만하겠는가. 그러나 우리가 조금만 더 힘을 내어 코로나19 확산을 막는다면 코로나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일상을 더 빨리 앞당길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제 곧 생명이 꿈틀대고 모든 것이 충만하는 봄이 다가온다. 혹독한 땅에 뿌리를 내리고 세상을 향해 희망을 키워 내는 새싹들처럼 현재 우리가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더라도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후손이기에 그분들이 물려준 위기극복의 DNA가 분명 우리를 곧 평화로운 일상으로 되돌려 놓을 것이다. 이렇게 다시 찾을 보통의 일상을 위해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은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할 의무이자, 약속이자, 우리 모두를 위한 배려일 것이다. 전종호 국립대전현충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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