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오픈소스센터장
이승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오픈소스센터장
매년 1월이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제품 박람회인 CES 행사가 열린다. 올해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54년 만에 사상 처음으로 올 디지털(All-Digital) 방식의 온라인 행사로 개최됐다. 지난해 160개 국가에서 4400여 개 업체가 참여하고 약 18만 명이 방문했던 명실공히 세계 최대의 행사가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으로 개최된 것이다. 이로 인해 참여 업체는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고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바뀐 환경에서 새로운 방식의 행사와 낯선 마주함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시도했으며 참여한 한국 업체는 345개로써, 이는 미국 다음으로 큰 규모였다. 지난해 참가 규모의 약 88% 수준이다. 참고로 미국은 전년 대비 30% 수준, 중국은 14% 수준으로 규모를 대폭 축소해 참가했다. 아울러 우리나라 기업들은 CES 주최 측에서 매년 선정하는 CES 혁신상 386개 중 무려 100개를 한국기업이 수상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는데, 이는 전체 수상의 4분의 1에 해당된다. 그만큼 공격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주최 측이 밝힌 이번 행사의 주요 키워드는 인공지능(AI), 5G, 디지털 헬스, 스마트시티, 모빌리티 등이었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ICT의 역할이 부각되고 중요했음을 새롭게 인식하는 행사였다. 중요하게 다룬 다섯 가지 기술 중 먼저 AI 기술은 이제 우리 삶 속으로 깊이 뿌리내리면서 생활 속으로 더 깊이 들어오고 있다. 아울러 우리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5G 기술은 비대면 시대에서의 연결을 위한 핵심 인프라 기술로 자리잡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스마트 홈 기술은 더욱더 중요해진 주거 공간을 더 똑똑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미래의 모빌리티를 주도하는 자율주행 기술 등이 중요하게 부각되었다.

또한, ICT가 개인의 삶과 건강 그리고 일상의 소중함을 어떻게 더 가치 있게 만들 것인가가 중요한 명제가 됐다. 우리나라의 대표기업인 삼성과 LG는 우리 사회와 세상을 변화시킬 혁신이 `보다 나은 일상`과 `소중한 일상은 계속된다`를 주제로 기업 홍보를 진행하기도 했다.

한편, 전형적인 오프라인 방식의 행사였던 전시행사가 급작스럽게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 기존 오프라인 기반의 전시행사는 부스라는 물리적인 공간에서 기업과 고객이 직접적인 만남과 소통하는 방식이었다면 온라인 행사는 가상의 공간에서 새로운 방식의 홍보와 마케팅을 요구하게 된다.

하지만 CES를 포함해 지금까지 보여준 온라인 전시행사는 아직은 극복해야 할 숙제를 많이 남기고 있다. 즉,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실감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점, 실제 전시장 투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극적인 우연성이 없다는 점 그리고 고객과 기업이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만들어내는 비즈니스 기회가 적다는 점 등을 지적할 수 있다. 핵심은 역시 소통에 있으며, 앞으로 극복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단방향의 광고성 홍보는 대규모 자본을 투자하는 큰 기업들에게만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로써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중소기업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노출의 기회가 적을 수밖에 없다. 이제는 전시행사 자체도 오프라인 방식의 장점을 온라인에서 유지하며 온라인만의 장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혁신적 전환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제 코로나가 빚어낸 새로운 세상은 기존에 진행돼 오던 디지털 전환의 속도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ICT는 우리 미래의 삶을 지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지난 CES 2021 행사는 ICT가 미래의 우리 삶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줬다는 점도 있지만, 앞으로 온라인 전시행사 그 자체도 어떻게 진화하고 혁신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또 다른 숙제를 남겨주기도 했다. 조금 확대해석하면 ICT가 만들어낼 미래의 기술적 가치도 중요하지만, 그 가치를 어떻게 고객과 공유하고 소통하고 나아가 향유할 것인가가 더 중요할 것이다.

이승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오픈소스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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