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모양이 커졌다가 작아지는 주기를 한 `달`로 정하고 한 `해` 동안 해의 움직임에 따른 계절 변화를 대략 보름마다 넣은 24절기를 가진 음력 또는 태음태양력은 달력에 작은 숫자로 적혀 있다. 음력 1일부터 달이 커지기 시작해서 7-8일의 상현에는 오른쪽 절반이 보이는 반달(상현달)이 되고, 15일의 둥근 `보름달` 이후 달의 오른쪽부터 깎이다가, 22-23일의 하현에는 왼쪽 반이 보이는 `하현달`이 된다. 29-30일에는 달이 너무 작아지거나 보이지 않는 `그믐`이 된다. 상현달은 초저녁에 잘 보이고 보름달은 초저녁부터 새벽까지 밤새도록 보이는 반면 하현달은 자정쯤에 떠서 정오쯤에 지므로 아침에 잘 보인다.
음력 날짜만 보면 달의 모양과 언제 뜨고 언제 잘 보이는지를 알 수 있다. 24절기는 태양의 운동에 맞춰져 있어 거의 일정한 양력 날짜에 돌아온다. 그래서 24절기로 계절의 변화를 알 수 있고 농사철을 가늠하는 데 이용한다. 2월 3-4일은 입춘, 3월 20-21일은 춘분, 6월 21-22일은 하지 하는 식이다. 며칠 후인 양력 2월 12일은 음력 1월 1일인 설날이고, 이 때부터가 소띠 해인 `신축년`이다. 2021년이 되면서부터 소띠 해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있었지만 사실 설날 전날까지는 아직 경자년 쥐띠 해인 셈이다.
서양에서 유입된 문명에 익숙한 현대인에게 양력은 편리하다. 태양의 운동 하나만 고려했으니 단순하다. 반면 음력은 태양과 태음(달)의 운동을 모두 고려했기에 복잡하다. 복잡한 대신 달이든 해이든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게 설계됐다. 우리 달력을 보면 해 때문에 생기는 계절뿐만 아니라 달에 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서양인보다 한국인이 훨씬 과학적이라 할 수 있다. 김상철 한국천문연구원 광학천문본부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