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회견서 지역지 질문자는 단 한 명
균형발전뉴딜·공공기관이전 관심고조
지역정책 뒷받침할 컨트롤타워 절실

송충원 서울지사 정치부국장
송충원 서울지사 정치부국장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은 청와대를 담당하는 기자들로선 가장 중요한 이벤트 중 하나다. 대통령은 회견에 앞서 최고통치권자로서의 국정철학과 올해 정책방향을 정리한 신년사를 발표한 뒤 기자들과 각본 없는 질문과 답변을 주고 받는다. 이 때 기자들은 현안 또는 평소 궁금했던 부분이나, 신년사 내용 등에 대한 질문을 통해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하고, 구체적인 언급을 이끌어내야 한다. 무겁고도 중요한 의무이자 권리인 `질문`을 충실히 행하기 위해 그들은 수많은 고민을 거듭해야 한다. 또 대통령으로부터 지명을 받아야 질문 기회가 생기는 만큼, 일부 기자는 특이한 복장이나, 눈에 띄는 소품을 흔드는 민망함을 기꺼이 감수하기도 한다.

지난 달 18일 청와대는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120분간 신년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코로나로 인해 회견장 참석 인원을 최소화하고, 온라인으로 대체토록 한 다소 생경한 방식이었지만, 회견 내용과 규모는 예년과 크게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회견이 종료됐을 때, 지역지 기자들은 일제히 허탈한 탄식을 쏟아내야만 했다. 올해 회견에선 총 27명의 기자들이 질문 기회를 받았는데, 지역지 기자는 단 한 명 뿐이었다. 그것도 수도권에 본사를 둔 지역지 소속이었으며, 질문 역시 지역정책이 아닌 교육분야에 집중됐다. 결국 이번 기자회견에선 문 대통령으로부터 지역과 관련된 어떠한 언급도 들을 수가 없었다. 전국언론노조가 "비수도권 언론사의 기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점에 아쉬움을 표한다. 대통령이 약속하신 향후 국민과의 소통에서 지역 언론과의 대화에 노력해 주시길 당부 드린다"라는 논평을 내놓을 정도로 아쉬움이 큰 대목이다.

사실 이번 기자회견에서 두 가지 지역정책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만 했다. 첫 째는 균형발전 뉴딜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새로운 국가성장동력으로 한국판 뉴딜정책을 제시했다. 디지털과 그린, 균형발전 등 3개 분야 뉴딜을 강조하고 있는데, 균형발전은 다른 키워드보다 뒤늦게 개발됐고, 소관부처도 불분명해 주요 당사자(?)인 지자체조차도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문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에서 "한국판 뉴딜의 중점을 지역균형 뉴딜에 두겠다"고 선언적 메시지를 발신했지만, 현장에선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반응들이 많다. 혁신도시 시즌2 역시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야심차게 추진한 정책이나, 핵심인 `공공기관 추가이전`은 아직까지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

이들 지역정책에 대해 대통령의 직접적인 메시지가 필요했던 이유는 다른 국정현안에 비해 동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한국판 뉴딜사업 중 디지털 뉴딜이나 그린 뉴딜은 불필요한 제제만 풀어준다면 대기업 등 민간에서 정부기조에 발 맞춰 자발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균형발전 뉴딜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나, 인위적인 정책적 노력이 없을 시 자연발생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모든 자원들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상태에서 지자체나 지역민들의 힘만으로는 한 발짝도 나아가기 힘든 실정이다. 혁신도시 시즌 2의 핵심사업인 공공기관 이전 역시 정부의 의지와 정치권의 타협이 전제되지 않는 한 해당 기관들의 자발적 지방이전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물론 신년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의 언급이 없었더라도 진행될 수는 있다. 하지만, 신뢰가 붕괴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시절 지역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면서 청와대내 지역정책을 총괄하는 지역수석 신설을 언급했다. 정부출범이후에는 청와대내 지역정책을 다루는 2개 비서관실을 두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1개 비서관실로 통폐합했다. 이 같은 조치는 국민들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지역민들 입장에선 이번 기자회견 등을 통해 지역정책에 대한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다시금 확인받고 싶어지게 한다. 이제라도 지역정책과 관련된 청와대내 참모조직을 원상회복시키거나, 정부부처내 지역정책을 총괄할 컨트롤타워 설치를 건의 드리고 싶은 이유다. 송충원 서울지사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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