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원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사
우리원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사
나는 어린 시절부터 예술가를 동경했다. 머릿속 사고를 고유의 감성을 더해 풀어낸다는 것이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예술은 항상 인류의 역사와 동행하며 다양한 역할을 해왔고 변화를 거듭했다. 시대의 변화는 곧 예술에 대한 총체적 사유와 지층의 변화가 됐으며 새로운 창작 세계를 여는 문으로 이어졌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이후 예술적 플랫폼은 더욱 다변화하고 있으며 예술가들이 구사하는 언어, 작업의 소재, 매체와 방식 또한 다양하다.

국·공립미술관과 각 지역의 문화예술기관에서는 예술가, 그 중에서도 청년예술인을 지원하는 다양한 사업을 운영한다. 대전예술의전당의 한밭신인음악회나 대전문화재단의 차세대 아티스타 또한 지역 청년예술인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대전시립미술관은 개관 이래 연 1회 청년작가지원전을 개최한다. 지역의 청년작가들에게 창작활동의 전환기를 마련해주고 나아가 한국 현대미술지형에 새로운 흐름과 담론을 제시하는데 의의가 있다.

개인적으로 청년작가전은 가장 기대되면서도 부담이 큰 전시이다. 약 1년간 작업과 전시의 방향을 위한 호흡을 같이 하는 과정이 설레는 동시에 두렵다. 예술가에게 있어 창작이란 기쁜 일 일수만은 없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미지의 세계와 끊임없이 조우하며 반성과 물음을 반복하는 그 여정은 수행자의 그것과도 같으리라. 그리고 큐레이터는 작은 등불로 길을 비추며 그 여정을 함께 한다. 이들에게 창작은 스스로를 증명하는 과정이자 사회와 관계를 맺는 태도이고 방식이다. 개인의 경험과 서사나 관심사부터 미학적, 사회적 이슈까지 자조적 태도로 세계를 바라보고 해석한다. 그리고 세계는 이들의 존재를 통해서 깊이를 얻는다.

시대의 요구와 가치를 품는 미술을 보여주고 그에 대한 성찰의 기회와 풍요로운 삶을 제공하는 것이 오늘날 미술관의 역할일 것이다. 대전시립미술관은 어느덧 23살이 됐다. 사람의 나이로 치면 참으로 무모하도록 진취적이고, 불안하지만 빛나는 그야말로 청년기이다. 21세기의 새로운 10년이 열렸다. 부디 우리 시대의 모든 청년예술인들을 위한 유연한 창작의 공간, 지속가능한 예술 환경을 만들 수 있기를, 예술의 언어로 그린 그 빛나는 세계를 미리 `동경`해본다. 우리원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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